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고향, 그 바다의 꿈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03. 9. 7. 23:53

고향, 그 바다의 꿈들

 

고향 뒷산에서 바라본 동부초등학교와 진해 앞바다 입니다

(사진 속의 바다는 안개속에 잠겨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마음은 먼저 고향 바다에 가 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쉬임 없이 꾸는 꿈들은 잔잔한 파도에 묻혔지만,

깻돌같은 마음 하나를 얻었습니다.

 

아버님 가신 뒤 처음 맞는 추석입니다.

이제는 슬픔을 이겨 맞으려 합니다.

살아 기쁨이셨고 힘이셨던 아버님의 빈 자리가

오늘은 더욱 그립습니다.

 

아직도 낡은 자전거를 삐걱삐걱 몰며 힘들여 오시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이제 마흔의 사내가 기댈 언덕은 없나 봅니다.

언젠가 나 또한 언덕이 되겠지요.

해도, 예전에 내 놀던 언덕 만큼 그렇게 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놀래미 낚시 채비를 메고 가던 길도 없어지고,

주전자에 볏대궁과 된장을 챙겨

속을 잡으러 가던 작은대섬 앞 바다도 흙으로 메워졌지만,

고향 바다엔 지금도 잔물결 여전히 일렁일텐데,

그 물결 깊어져 그리움이 됩니다.

 

나의 그리움은 예전의 그 길을 잊지 못하고 점점 뚜렷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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