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풍경
새끼 손가락으로 멋들어지게 칼집 살짝 받치고는, 스윽 스윽 면도칼을 능숙하게 움직이던 째보 아재의 그 이발소는 대목을 앞두고는 더욱 바쁘기 마련이어서, 집에서 목간물을 데워놓고 기다리고 계시던 엄마를 곧잘 이발소 앞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중늙은이 여럿이서 오래 묵은 면도를 할 때면, 무뎌진 면도칼을 벼리느라 쇠가죽 숫돌에 칼날의 양면을 비벼대던 째보아재의 손길이 더욱 바빠졌지만, 애들 차례가 오기에는 좀더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이발소의 육중한 빨간 의자가 2개이던가 3개이던가 있었지만 돼지 거품솔로 거품을 일구랴, 연방 구공탄 화로 위의 찜솥 위에 걸쳐둔 젖은 수건으로 늙은이의 살결을 덥히랴, 신문지 쪼가리를 늙은이들의 턱밑에 놓고서는 면도질을 하랴, 금새 무뎌지는 칼날을 다시금 가죽숫돌에 벼리는 등 어지간히 바쁜 날이 되기 십상이었다, 대목을 앞둔 오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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