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내 맘대로 읽는 금강경

임제종풍, 지소화상 찬, 정석태 역 - 그 당시 그 가르침을 내리신 곳에서 살펴보라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0. 3. 15. 00:04

임제종풍, 지소화상 찬, 정석태 역


제1장, 사료간


임제의 문인이던 극부가 또 묻기를 "어떤 것이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은 것입니까?라고 하자,

임제선사가 말하기를 "임금은 보전에 오르고, 촌로는 태평가를 부른다오."라고 하였다.  (25쪽)


중국인들의 문답법은 괴이롭다. 

질문이 있으되 대답은 저만큼 떨어져있다. 

아니 오히려 더 뒤통수를 내리치듯 언어의 벽을 건너뛰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럴리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전에 움직이라는 큰 뜻은 변함이 없다. 

정적인 이해에 동적인 묘사의 어법일지도 모른다. 

중국인의 문답법은.

다시 위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읽어본다. 


남원혜옹이 또 묻기를 "어떤 것이 사람과 경계를 모두 없애지 않은 것인가?[ 如何是人境俱不奪]"라고 하자,

풍혈연소가 대답하기를 "강남땅 춘삼월을 언제나 생각하니,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향기라오."라고 하였으며,


수산성념이 말하기를 "물으신 곳 분명하고 답한 곳 친절하네."라고 하였으며,


법화전거가 말하기를 "맑은 바람 밝은 달과 짝을 지었고, 촌늙은이 웃으며 친해 한다오."라고 하였으며,


자명초원이 말하기를 "밝은 달과 맑은 바람 자유로이 왕래하네."라고 하였으며,


도오오진이 말하기를 "오랜 가뭄 뒤 처음 내린 비를 만나고, 타향에서 옛 벗을 만났다오."라고 하였으며,


원오극근이 말하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放]"라고 하였으며,


달관담영이 말하기를 "꾀꼬리 우는 상림원 땅에 가득 꽃이 폈고, 객이 노는 춘삼월 하늘 높이 풀 자랐네."라고 하였으며,


석문은총이 말하기를 "묻고 답하는 것이 몹시 분명하다."라고 하였다. (~37쪽)


그런 연후의 시제나 시점의 묘사인지 , 그 때의 곳에서 동작의 묘사인지, 

오직 우리는 대혜종고의 말씀따나 "만약 임제선사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려면,

그 당시 그 가르침을 내리신 곳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다. (30쪽)

때와 곳의 가르침이 있던 자리를 살핌은 반야부에서 세존이 보여준 탁발 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더하여 윤문으로 번역하여 우리 어법과 달라진 탓도 있을 듯하다. 

그 때의 곳으로 돌아가서, 앞에서 질문하고 그 대답을 들었다면, 이렇게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 다는 것은) 강남땅 춘삼월을 생각느니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향기 만발한 (것과 같은,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