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우리의 언어, 우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말하기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6. 8. 20:28

이 책을 꺼내 든 이유는 다음의 유명한 구절 때문이었다.

 

인민들이 항상 또 단순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투표합니다.

 

People do not necessarily vote in their self-interest. They vote their identiry. They vote their values. They vote for who they, identify with.

They may identify with their self-interest. That can happen. It is not that people never care about their self-interest.

But they vote their identity. And if their identity fits their self-interest, they will vote for that.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this point.

It is a serious mistake to assume that people are simply always voting in their self-interest.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의 작가 토마스 프랭크의 표현과 엮어내자면,

이러한 정체성과 가치라는 것이 보수의 프레임에 의한 (도덕적으로 옳다고) 만들어진 것이며,

경제적 문제에 기인한 구조적 계급 문제를 문화와 도덕의 측면으로 프레임을 옮겨 재창조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현실에서의 몇몇 언어는 이러한 프레임 조작의 결과로서 만연되어 있다.

'자유'라는 단어가 그러하고, '도덕'이라는 단어 역시 그러하다.

이 단어에 '돈-자본-경제'를 그 지향의 동반 혹은 전제로 결부시켜본다면,

오염된 그 단어가 초래한 부작용 혹은 눈가림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론) 프레임

어떤 인지적 무의식 (Cognitive Unconscious),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

......이 사실이 정치 담론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내가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한편

나의 관점은 약화된다.

이는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세력의 언어와 그 언어가 활성화하는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언어가 아닌 우리의 언어를 써서 우리의 신념을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론) 모든 정치는 도덕적이다

모든 정치는 (옳은 일이라고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도덕적이다.....

모든 정치는 도덕적이지만 모두가 똑같은 도덕적 관점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도덕적 신념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의 서로다른 영역에서

상이하고 모순된 도덕체계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이중개념주의 (bi-conceptualism)이라 한다.

 

(서론)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이 의미를 가지려면 도덕적 중요성이란 관점에서

사실을 프레임에 넣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두뇌 안의 프레임으로 납득 가능한 것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사실이 우리 두뇌 안의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우리는 두뇌 안의 프레임을 그대로 남겨둔 채

사실을 무시하거나 반박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48쪽)

계몽주의로부터 유래한 신화

-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사람은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만하면 그들은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프레임을 통해 생각하고, 진실이 받아들여지려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한다.

   만약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만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가게 된다.

- "자기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이익에 기초하여 사고한다"

   인지과학은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69쪽)

우익들과 달리 좌파들은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좌파들은 쟁점별로 사고합니다.

대체로 좌파는, 좌파 자신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다른 많은 쟁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개별적인 정책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더 큰 도덕적 목표의 견지에서 사고하십시오.

 

(104쪽)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원문에서 (만약 초고에 없었던 구두점이 들어갔을 경우, 이 구두점을 빼고 읽으면) that 절과 복수형의 연속은 이 문장이 행복의 추구를 넘어서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의 평등을 보장하는 정부의 역할까지 포괄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that to secure these rights, Governments are instituted among Men, deriving their just powers from the consent of the governed,

that whenever any Form of Government becomes destructive of these ends, it is the Right of the People to alter or to abolish it

and to institute new Government, laying its foundation on such principles and organizing its powers in such form,

       as to them shall seem most likely to effect their Safety and Happiness.

 

미국 독립선언서를 읽는 일은 언제나 당혹스럽다.

인민의 동의를 전제하지 않은 정부라면, 또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 목적에 반하는 정부라면

그런 정부는 교체하거나 폐지되어야 하며,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이 인민의 권리임을.

 

 

(106)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

....이런 공적 자원이 업었다면 만족스러운 사생활도, 제기능을 하는 기업사회도, 그리고 민주주의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런 공적 자원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며,

이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시민으로서 그 비용을 지불함과 동시에

이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할 책임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

The Private Depends on the Public은 한국사회를 진단하는데 대단히 유용하고 적절한 기술이다.

그것은 천민 자본주의라고 불리우거나 한국적 압축 성장에서 주변에 대한 배려와 고려를 잊은 이들에게

반드시 되돌려야 할 표현이다.

자신의 성공이나 기업의 성공이 공적인 것의 지원과 세금에 의한 시스템에 의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음을.

이 언명은 단순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꺼내들었을 때엔 선거판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였지만,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는 이 구절이 오히려 더욱 귀중한 한 구절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