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コクリコ坂から의 영어제목은 From up on poppy hill이다.
개양귀비 꽃 언덕에서 란 제목이다.
개양귀비꽃을 무덤에 바치던 것은 1차 대전 이후의 전사자를 기리는 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녀 주인공은 아버지의 영전에 이 개양귀비를 바치는 장면이 곧잘 나온다.
엄밀히 소녀의 아버지는 전몰장병이 아니다.
한국전에서 일본의 수송선으로 물자를 옮기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이 영화가 불편한 첫 번째 이유이다.
나의 관심은 바로 이 그림처럼,
소녀가 아침마다 올리는 깃발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셈이다.
유니폼 위스키 (UW)
그것은 Bon Voyage, I wish you a pleasant journey, 이다.
소녀의 사랑, 소년은 응답의 깃발을 매단다.
결국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동아리 건물, 까흐띠에 라땡 Quarter Latin,
프랑스의 대학로쯤에 해당하는 건물 제목을 달고 있다.
곧 일어날 참인 프랑스 5월 혁명과 일본의 그것을 묘하게 상사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조금 의심스럽다.
그것은 소년의 책상에 있는 불일사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학교의 이사장이 동아리 건물의 유지를 결정하기까지
소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일종의 채무감을 모습을 보이는 것까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배경에 흐르는 만화적 디테일은 존경스럽다.
학생신문 편집부를 찾아갈 때 보여주는 디테일들......
오랜동안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는 천문 동아리,
러시아 문학 동아리방, 고전음악 연구, 고등수학 동아리
뒤에 나오지만 민속학 연구소,
Cogito 명제를 적어둔 철학과 동아리 사무실,
화학 동호회, 아마튜어 무선햄 동호회, 어느 듯 3층
산악회, 고고학 동아리
국분사 자료, 고분 유적의 흐트러진 나무곽들....
그리고 그곳에서의 필경 등사 작업으로 하는 학생신문,
1963년의 일본 고등학교가 저런 수준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로서는.
철길 차장 밖으로의 산업화의 굴뚝들 (그런 공해 산업은 조만간 우리 땅 마산 등지로 옮겨질 터였지만),
공사 중인 건물과 도로 옆의 크레인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거리의 풍경들,
재단 이사장의 회사를 찾아가는 좁은 골목길.....
나는 그런 디테일을 보는데 정신을 빼앗겼다.
잔잔한 음악도 함께.
다만, 이사장이 까흐띠에 라땡의 3층인가에 올랐을 때 부르는 노래는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이긴 하다.
검푸른 물결이 삼켜버릴 날이 와도 그대는 수평선으로 저물지 말거라
그러나 이 대목에서 일본의 문호를 개방시킨 페리 제독의 검은 함대가 연상되기도 하고,
수평선으로 저물지 말라는 태양의 일본이 연상되는 것은 나의 과민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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