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부르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 일상사는 반복되면서 구조가 된다.

페르낭 부르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일상생활의 구조, 주경철 옮김, 까치

 

 

머릿말

 

경제학자들의 경우 경제를 하나의 동질적인 실체 one homogeneous reality로 보기 때문에 주변 배경으로부터 경제만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며, 또 수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으므로, 그렇게 추출해낸 경제현상을 측정할 수 있고 또 측정해야 된다고 믿는다......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전산업화 preindustrial 시기의 발전이란 인류 역사를 둘로 갈라 놓는 산업혁명이 도래하기 전까지의, 점진적으로 시장,기업, 자본주의 적 투자라는 합리성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 그러나 다른 한편에 불투명한 영억이 ...시장 밑에 펼쳐져 있다. ...지표면에 자리잡고 있는 이 폭넓은 영역을 나는, 더 알맞은 이름이 없어서, '물질생활 material life' 혹은 ;물질문명 'material civilization' 이라고 명명했다. .... 언젠가는 이 밑바닥 경제 (infra-economy), 즉 경제활동이 덜 형식적이며, 자급자족적이거나 아주 좁은 범위 내에서 재화와 용역을 물물교환하는 이 또 다른 절반을 가리키는데 더 적절한 명칭을 발견하게 되리라. (주경철 교수의 번역은 '하부 경제'이다.)

... 시장 경제의 투명성 위에 위치하면서 그 시장경제에 대해서 일종의 상방 한계를 이루는 두번째의 불투명한 영억은 나에게는 특히 다름아닌 자본주의 영억이었다.

 

이 삼분법적 도식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물질문명)은...어쨌거나 구체적인 관찰이 가장 중요한 점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파악한 광경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삶 그 자체의 표시인 폭넓음, 복잡함, 다양함을 살펴보고, ... 그 각각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역사학은 객관적인 과학이 되었을 터이지만, ...사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서론 

 

보통 서로 관련 없어 고립되어 있고 전통적인 역사서술에서는 주변적으로 발전해온 준역사적인 parahistorique 논구들-인구, 식량, 의복, 주거, 기술, 화폐, 도시-이 군색하게 모여있다는 점 때문에....

 

그것은 기본적으로 전산업화시기의 경제활동 영역을 포괄하고 그 것을 전체 두께 속에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인간 생활의 전체를 제한하고 포괄하는 다소 넓은 경계....현시대를 포함하여 각 시대마다 가능과 불가능 사이에...과거에는 식량이 불충분했고, 가용자원에 비해 인구가 너무 적었거나 혹은 너무 많았으며, 인간의 노동생산성이 낮았고, 또 자연에 대한 정복이 경우 시작된 단계였다는 것 등이 불가능의 영역이 존재하는 원인이었다. 15세기에서 18세기말까지...이러한 완만함이나 관성에 대해여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가능과 불가능 사이의 광범한 경계선에서 단절, 혁신, 그리고 혁명이 일어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으며, 이로서 세계 전체가 변혁을 맞게 되었다. 

 

...가능성의 영역은 단지 위로부터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환의 움직임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생산의 또 다른 절반을 구성하는 큰 덩어리 때문에 밑으로부터도 역시 제한된다. 도처에 편재하고 침투하며 반복되는 이 물질 생활은 일상사 routine이라는 성격을 띤다. ....

 

물질문명과 공존하기도 하고 교란시키기도 하며, 또 물질문명과 모순됨으로써 오히려 물질문명을 설명해주는 경제문명 economic civilization을 물질문명과 동시에 소개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둘 사이에 경계가 존재하며.....

 

이 오래된 사회와 경제 위에 필연적으로 그 무게를 짊지우는 상부사회를 조금씩 형성해 갔다. ....상층과 하층의 공존은 역사가에게 계몽적인 변증법을 요구한다. ...가난한 자의 검은 빵 없이 어떻게 부자의 흰 빵을 이해하겠는가?

 

....일상성이란 시간과 공간 속에서....관찰공간을 좁힐수록...사건이나 신문의 잡보면에 나오는 일상사들을 보게된다. 잡보면의 일상사는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일반성 혹은 구조가 된다. 그것은 사회의 각 층에 침투하여 영구히 반복되는 존재양식, 행동양식을 특정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