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의 세계, 찰스 킨들버거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간혹 책장을 잘못 찾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소위 '투자의 고전'이란 시리즈물에 섞여있다. 우리의 투자자를 과대평가하였거나 혹은 진심에서 투자자의 자기개발을 걱정해서 인지 모르겠다. 여튼 당초 부키라는 출판사에서 박명섭의 번역으로 나온 같은 제목의 책을 박정태의 번역으로 '투자....'시리즈로 묶어 내었다. 사실 주문할 적에는 절판본의 개정판, 같은 번역자인 것으로 알고 주문했더랬다. 주석이 함께하는.....전문연구자의 번역이었길 바랬지만. 나의 작은 소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 코로나가 창궐하는 - 예전의 마마나 호환에 버금가는 - 시절에 이런 책을 집어든다는 것은 나의 가상한 용기일 지 모른다. 외려 더 닿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한 몫하였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2020년의 3월 어느날에 이 책을 읽는 이유이다.
개정판 서문
(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미스로 인해 미국의 경기침체가 미국의 공황으로 확대되었고 이것이 마침내 해외로까지 파급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나는 대공황이 그 기원부터, 또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고 보았는데....
초판 서문
마지막으로 굳이 변명하자면, 나는 대공황이 왜 그렇게 광범위한 지역을 강타했으며, 왜 그토록 심각했으며, 왜 그리도 오랫동안 이어졌는가에 관한 해답을 나의 전공분야인 국제 통화 메커니즘에서 찾았다.
1. 시작하며
대공황이 어디서 어떻게 발원했는가라는 문제는...곧바로 새로운 의문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대공황의 근인 causa proxima, 원인 causa remta은 무엇이엇으며 궁극적인 원인 causa causans은 또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32쪽)
그러나 행위주체(혹은 국가)가 몇몇이라도 있는 세계경제 시스템에서는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혹은 외부 경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이런 식이 될 수 없고, 합성의 오류 - 전체가 때로는 부분의 합과 다르다라고 하는 것-가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37쪽)
공정한 해결책은 불가능하다. 배상금과 전쟁채무, 민간 부채의 상환을 전부 다 싹 씻어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려다 보면 시스템이 붕괴해버릴 수 밖에 없다. ... 이런 상황에서 국제 경제 및 통화 시스템은 리더십을 가진 나라를 필요로 한다. 리더십을 가진 나라는 내부적으로 확립된 원친의 틀 아래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른 나라들의 행동 기준을 정하고 그 나라들로 하여금 그 기준을 따르도록 하며, 자신은 시스템의 부담을 과도할 정도로 떠안으면서 특히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남아도는 상품들을 인수하고 투자 자본의 이동을 유지하며 유가증권을 할인해주는 것 같은 지원을 언제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9쪽)
20세기 들어 1913년까지는 영국이 이런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금리평형세가 시행된 1963년까지, 혹은 금풀 gold pool을 포기한 1968년까지, 아니면 달러 화의 금태환을 중지한 1971년이나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1973년까지 지도국의 역할을 수행했다. (39쪽)
이책이 다루는 주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대공항이 오랫동안 지속된 부분적인 이유와 왜 그토록 심각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영국이 국제 경제 및 통화시스템의 책임자 역할을 계속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미국은 1936년까지 그 역할을 떠맡고 싶지 않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39쪽)
2.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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