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법철학 강요 해설 <서문>, 백훈승 지음, 서광사
TW 7.27 f./[법철학], 53
어슬픈 철학은 신으로부터 멀어지지만
- 물론 인식작용을 진리의 접근으로 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슬픈 것이다-
진정한 철학은 신에게로 나아간다는 말이 유명한 말이 되어버린 것처럼
이와 동일한 내용이 국가에도 적용된다.
이성이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아서
내뱉어지는 그러한 접근으로 만족하지 못하듯이,
물론 이 시간성 속에서는 나쁘거나 혹은 기껏해야 평범하게 일이 되어 가지만,
바로 이 시간성 속에서는 더 나은 것을 가질 수 없어서
단지 현실과의 평화만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인하는
냉혹한 절망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식이 마련해주는 것은 바로
현실과의 더욱 따뜻한 평화다.
TW 7.27 f./[법철학], 53f.
세계가 어떠해야만 하는지를 가르치는 데 대하여 한마디 더 하자면,
어쨌던 철학은 이에 대해서 항상 너무 늦게 가르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사유로서의 철학은
현실의 자기형성과정을 끝낸 후에야 비로소 시간 속에 나타난다.
개념이 가르쳐주는 이 사실을
역사도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그것은, 현실이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이상적인 것이 실재하는 것에 맞서서 나타나서
실재하는 세계의 실체를 포착하여
그것을 지적인 왕국의 형태로 구축한다는 사실이다.
철학이 자기의 잿빛을 또 다시 잿빛으로 칠할 때,
생의 모습은 늙어버리게 되어,
회색에 회색칠을 한다 할지라도
생의 모습은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인식될 뿐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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