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가아 폰 괴테 -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정신은 튼실해져야 한다는 특성을 지닌 것이니.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12. 5. 14:47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가아 폰 괴테, 안인희 옮김, 지식향연



오래전 괴테 하우스에서 찍은....




1786년 11월 1일, 로마


그렇다 나는 마침내 세계의 수도에 도착했다.

...

나는 젊은 날의 모든 꿈을 생생하게 보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았던 모든 것이 이제 눈 앞에 있다.

어디를 가든 새로운 세계 안에서 이미 아는 것들을 만난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한 그대로이고, 모든 것이 새롭다.

내 관찰과 생각들에 대해 서로 똑같이 말할 수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생각이란 내게 없으며,

그 무엇도 완전히 낯설지는 않지만,

오래된 것들이 그토록 확고하고 생생하게, 그렇게 한데 모여 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이다.

....

온전히 감각적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산다는 것도 내게는 얼마나 도덕적인 치유력을 지닌 것인지.


11월 3일, 로마


하지만 교황이 제단 앞에 홀로 서서 한 번은 이쪽, 한 번은 저쪽을 향해 이리저리 오가면서 평

범한 사제의 몸짓으로 중얼거리는 꼴을 보자,

개신교도의 원죄가 작동하면서, 여기서 벌어지는 유명하고도 익숙한 미사가 전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스도는 소년 시절에 이미 입을 열어 거룩한 문서를 해석했으니,

젊은 시절에도 침묵을 통해 가르치고 활동하지는 않았을 텨. 복음서에서 읽을 수 있지만,

그리스도는 지성에 넘치는 분으로 말씀하기를 좋아햐셨으니 말이다.

그리스도가 이리로 들어와 지상에서 자신의 대리인이 혼자 웅얼거리며 이리저리 오가는 꼴을 보신다면,

대체 무어라 하실까?


11월 10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꺼이 하는 일이지만,

자기성찰에 빠져 들었다가 거기서 나 자신을 무한히 기쁘게 하는 감정을 찾아냈다.

이제는 그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있다.

이곳에서 진지하게 여기저기 둘어보는 사람, 또한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생생히 느낀 적이 없는 단단함의 개념을 지녀야 한다.

정신은 튼실해져야 한다는 특성을 지닌 것이니,

현학적이지 않은 진지함, 즐거운 평정심에 도달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이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여기서처럼 올바르게 인정해 본 적이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남은 평생 이 축복 받은 결실을 지닐 것이라 믿으니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