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너희가 신을 닮은 것이 언제가는 두려워지리라.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12. 4. 23:29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선배의 책상 머리에 적혀있던 한 구절,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건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

뜻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20대의 나로서는.

 

때때로 이 구절은

"모든 이론은 잿빛이며 인생의 황금나무는 푸른 빛이다."로 번역되어 있다.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서도 인용되었다는.

 

이 구절을 찾을 때까지 파우스트를 읽기로 한다.

 

 

 

 

 

오래전, 괴테 하우스에서

 

 

메피스토펠레스 :

    제가 소소한 진실 하나 말씀 드리지요.

    어리석은 작은 세계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흔히 스스로 전체라 여기는데 -

    저는 태초에 전체였던 일부의 일부, 빛을 낳은 어둠의 일부이지요.

    오만한 빛은 자신을 낳아 준 밤이 오랫동안 지켜온 지위, 공간을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은 원래 물체에 달라붙어 있는 탓에 아무리 기를 써도 안될 말이지요.

    빛은 물체에서 뿜어져 나와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가 빛의 행로를 가로 막지요.

    그러니 제 바람대로, 머지 않아 빛이 물체와 더불어 몰락할 것입니다. (파우스트, 비극 1부, 1358행)

 

파우스트 :

   당장 계약을 맺도록 하세!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네.

   그러면 나는 기끼어 파멸의 길을 걷겠네.

   죽음의 종이 울려퍼지고'

   자네는 임무를 다한 걸세.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져 나가고,

   내 시간은 그것으로 끝일세. (비극 1부, 1706행)

 

 

(지상의 것과 천상의 것, 학문과 자연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메피스토펠레스 :

     시간은 금방 지나기 마련이니...하지만 규율이 시간 아껴쓰는 법을 알려 줄 걸세....

 

     먼저 논리학을 듣게나. ...자네의 정신이 족쇄에 채인 양 철저하게 단련되고,

                     정신의 흐름이 신중하게 천천히 앞을 향해 나갈 걸세. (파우스트, 비극1부, 1910행)

                     ...사실 생각의 공장은 ...수천 개의 실이 움직이고....직조공의 걸작처럼 움직인다네.

                     철학자가 ...이래저야 하는 것을 증명할 걸세...

                     곳곳에서 학생들이 이런 이론을 찬양하지만,

                     그 누구도 정작 뛰어난 직조공은 되지 못했네.

                     살아있는 것을 인식하고 묘사하겠다면서 정신을 몰아내고는 조각들만을 손에 쥐고 있으니. (1935행)

 

                     자네가 모든 것을 추상적인 원칙으로 환원하고 적절히 분류하는 법을 배우면, 곧 차차 나아질 걸세. (1945행)

 

    그 다음에느 무엇보다도 형이상학을 배워야 할 걸세!

                     그러면 인간의 두뇌에 맞지 않는 것도 심오하게 파악하는 법을 터득할 거야. (1950행)

 

    그러나 무엇보다도 처음 반년 동안은 착실히 규율을 지키게.

                      종이 울리면 강의실에 앉아...미리 철저하게 예습을 하고, 머리에 조목조목 깊이 새기게. (1959행)

 

학생 : 흰 종이에 까맣게 쓰인 것은 안심하고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법이지요.

 

메피스토펠레스 :

     그러면 이제 학부를 선택하게!

     (법학은 별로 마음 내키지 않는다는 학생에게)

     ...법률이니 법규니 하는 것들이 영원한 질병처럼 끊임없이 상속되고 있어.

     ...이성은 헛것이 되고, 선행은 재앙이 되는 마당일세. (1975행)

 

    (신학은 어떠하냐고 묻는 학생에게)

    나는 자네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싶지 않네. 신학으로 말하면, 잘못된 길을 피하기가 아주 어렵지.

            거기에는 독이 무척 많이 숨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 말을 중히 여기게. 그러면 안전한 문을 통해 확신의 전당에 이르게 될 걸세.  (1990행)

 

    (의학에 대해 뭐라 요긴하게 한 말씀을 요구하며, 광범위한 분야의 방향잡기에 가르침을 요청하는 학생에게)

    의학의 정신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아.

               대우주와 소우주를 두루두루 철저하게 연구하고는,

               결국 모든 것을 신의 뜻대로 내버려 두게나.  (2014행)

 

                특히 여자들을 잘 다루는 법을 터득하게.

                먼저 학위를 하나 따서, 자네의 의술이...믿게 만들게. (2030행)

 

    (이제야 앞이 보인다는 학생에게)

     이보게, 이론은 모조리 회색이고, 생명의 황금가지는 초록색일세. (2039행)

 

    (학생의 기념문집에 은 글...)

    너희들이 신과 같이 되어서, 좋고 나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옛 말씀과 우리 뱀 아주머니의 가르침을 좇아라. 네가 신을 닮은 것이 언젠가는 두려워지리라. (2050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