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키케로, 천병희 역
70절
이를테면 배우는 관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막마다 등장할 필요는 없고,
어느 막에 등장하든 거기서 박수갈채를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네....
주어진 수명이 짧다해도 훌륭하고 명예롭게 살기에는 충분히 길기 때문일세.
...봄은 청춘의 계절이고 다가올 결실을 약속하지만,
다른 계절들은 그 결실을 베어 거두어들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71절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든 선으로 간주되어야 하네.
그런데 노인들이 죽는 것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또한 내게는 이런 '완숙'이라는 생각이 몹시도 즐거워,
내가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치 오랜 항해 끝에 드디어 육지를 발견하고는
항구에 들어서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네.
82절
내 명성이 내 인생과 동시에 끝날 것이라고 믿었더라도
내가 평화로울 때나 싸움의 전장에서나 밤낮으로 그런 힘든 일을 도맡아 수행했을거라 자네는 생각하는가?
...내 영혼은 웬지 고무되어 항상 후세를 내다보고 있다네. 마치 이 삶을 떠나야만 비로소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처럼 말일세.
아무튼 영혼이 불멸이라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가장 훌륭한 사람들의 영혼은
불멸의 영광을 얻기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지는 않았을 걸세.
83절
가장 현명한 자는 누구나 가장 평온한 마음으로 죽는데....
이는 더 많이 더 멀리 보는 영혼이 자신이 더 나은 곳으로 출발한다는 것을 보지만...
84절
그래서 내가 삶을 떠날 때 집이 아니라 여인숙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네.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은 임시로 체류할 곳이지 거주할 곳이 아니기 때문일세.
내가 이 혼잡하고 혼탁한 세상을 떠나 신과 같은 영혼들의 모임과 공동체로 출발하는 그 날은
얼마나 영광스런 날이 될 것인가!
85절
또한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역시 적절한 때에 죽는 것이 바람직하다네.
자연은 다른 모든 것에도 그렇지만 삶에도 한계를 정해 놓았기 때문일세.
...
나는 자네들이 둘 다 노년에 이르러 나에게서 들은 것이 사실임을
실제 경험을 통해 인정하게 되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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