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알제리 5

돈 키호테 : 편력기사가 되어 떠날 수 있는 그대는 행복할진저

2014년인가 알제리의 알제를 갔던 적이 있다. 그곳의 한 호텔 뒷편으로 세르반테스가 갇혀있던 혹은 포로생활을 했던 곳이었다고 들었다.어딘가 찍어둔 동굴 사진이 있을텐데......찾지를 못한다. 대신 알제의 호텔 가는 인근 도로의 벽면을 옮긴다.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곳 역시 하루를 묵었던가 어쨌던가 하면서 세르반테스의 얘기를 들었었다. 해적에게 붙잡혔을 때인가? 나의 기억이란.당시의 오랑은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었고, 오랑까지도 오스만제국과의 전장이었다. 역사는 그 당시의 오랑을 레판토 해전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래, 돈 키호테를 읽어보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그러고도 이런 나의 계획은 다시 몇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스페인 남부를 돌아볼 적에, 톨레도를 하루 코스인가로 ..

알제리 제밀라의 바람 The Wind at Djemila

까뮈의 표현따나 바람이 부는 계곡과 태양이었다. '제밀라의 바람' 첫줄은, "정신이 죽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정신의 결여가 이룩하는 진리가 일어날지니." 나 또한 제밀라에서 바람과 태양 아래에서였다. 해도, 나는 로마시대 뒷간에서 세상의 시름을 저 바람에 던져두고 진리를 찾아가진 못할 것이다. 천상 세속의 사내인가? Albert Camus THERE are places where the spirit dies so that a truth may be born which is the spirit’s very negation. When I went to Djemila there was wind and sun but that must wait. What has to be said first is that a gr..

티파자에서의 결혼 Nuptials at Tipaza 까뮈의 문학비 앞에서

티파자에서의 결혼 알베르 까뮈 봄철에 티파자에서는 신(神)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野生)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을 한다. 어떤 시간에는 들판이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두 눈으로 그 무언가를 보려고 애를 쓰지만 눈에 잡히는 것이란 속눈썹가에 매달려 떠는 빛과 색채의 작은 덩어리들뿐이다. 엄청난 열기 속에서 향초(香草)들의 육감적인 냄새가 목을 긁고 숨을 컥컥 막는다. 풍경 깊숙이, 마을 주변의 언덕들에 뿌리를 내린 쉬누아의 시커먼 덩치가 보일락말락하더니 이윽고 확고하고 육중한 속도로 털고 일어나서 바다 속으로 가서 웅크려 엎드린다. In the spring, T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