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은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평원에서 바로 이어진 둥근머리 산은 흔히보던 풍광이 아니어서
낯선 이채로움을 볼 수 있을 듯 해서였다.
'옥같은 계림의 산은 푸르고 비단같은 이강의 강물은 파랗게 물들어'
살아 계림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 죽어 신선이 되기보다 낫다고 했다던
중국 문인들의 얘기를 확인하고 싶기도 한 터였다.
시종 흐린 날씨 탓에 풍광의 활기를 느끼지는 못하였지만,
내 생애 첫 중국여행이었다는 점에서,
또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조금은 일깨울 수 있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정이었다.
한자는 참 이쁘다. 그림을 글자로 옮겼던 그네들의 직관과 통찰이 아름답다.
개괄한다는 것은 사실주의 미학의 한 끝이 아니던가.
참, 달에 있다는 계수나무는 실컷도 보았다.
총림의 나무, 용수나무는 싱가폴과 인도의 그것과도 닮아있었다.
중국 무림영화의 첫머리에 잔잔한 성조로 깔려나오는 느낌을
저 이강의 강물에서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소림사 영화의 한 장면으로 풍덩 빠질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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