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잊고있던 한 사람을, 추억한다.
아현동 굴레방 다리 밑을 지나며,
백자빛 무릎연적같은 엉덩이를 까고 소피를 보던 아이.
스물 하나의 풀빛은 저만큼 가고,
마흔 여덟의 사내는 남았다.
젖꼭지 같이,
깡총한 저고리를 비집고 나온 젖꼭지 같은.
나는, 맑았던 눈으로
그 한 사람이 보았던 저편을
같이 보고프다.
가로등이 비추이던 그 곳.
아, 아현동 굴레방 다리,
내 청춘의 청동거울
항상 뒷면만을 보여주어
끝내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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