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남단이라 다분히 고즈늑할 듯 하지만 실제로는 인구로 복닥이는 곳이다.
방글라데시 어딘들 그렇지 않겠냐만. 엄밀히는 인구로만.
이곳에서 같이 항만시공을 하고 있는 중국회사 한 곳을 방문하고 그네들의 현장식당에 들러 점심 한 끼를 대접 받았다. 커다란 유리 탁자, 소위 lazy susan이라는 회전 탁자가 놓인 식당은 꽤차 넓직했다.
벽면 한켠에는 1식 5찬 수준의 밥과 반찬통이 놓이고,
녹두숭늉과 국이 따로 있었다.
말레이지아나 싱가폴에서도 익숙한 닭볶음 dry chilli chicken도 있고, 청경채, 생선 조림, 야채볶음 등등.
식탁에는 바나나와 포도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萍水相逢이라고 객이라는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다. 그네들이 원래 먹는 수준 그대로 간 것이니까.
우선, 코로나 시국에 맞게 각자의 식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이채로왔다.
자신이 씻어 말려두었던 식기로 - 군대식 짬밥 트레이, 식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터이다- 밥을 담아와서 먹는 식이다. 각자의 식기가 달라 그 이유를 물어보고야 알게 된 내용이다.
트레이를 사용하는 이와 밥공기 국공기를 사용하는 이가 있었기에.
식사를 마친 후에는 현장에서는 최고위직이랄 수 있는 현장소장조차도 자신의 식기를 스스로 씻었다.
(한국이라면 후/진/국이라는 현채직인 방글라 인에게 던져두고 나가버렸을 것이다.
그런 행태에는 고용의 창출을 위해서라는 이타적 개념도 없고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스스로가 어떻게 변하는 지도 모르고 이기적이 되어가는 욕망 덩어리가 있을 뿐이다.)
그런 후 식기는 규정된 선반 (가게의 유리문 달린 냉장고같은)의 자기 자리에 보관한다.
나의 식기는 외부인라 아주 커다란, 예전의 이발소 소독함 같은 곳에서 꺼내어 주었다.
자외선 살균기함이다. 이 정도라면 한국의 수준이나 한국인의 청결 개념을 넘어선다.
더욱 놀란 것은 그네들은 요리사를 -중국에서 데려온- 6개월여 마다 순환 근무 시킨다는 점이었다.
같은 사람의 음식은 오래 먹게되면 질리는 법이라서, 그들의 순환근무 요리사는 부럽고도 합리적이었다.
하숙집을 몇 개월 마다 바꾸든가 혹은 단골 식당을 몇 개월 마다 바꾸든가 하는 느낌이리라.
나만 몰랐던 중국, 중국의 수준.
마땅한 비유가 아니겠지만 괄목상대란 말이 떠오르던 한 끼의 식사였다.
오히려 여산 진면목을 보았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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