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로로 사진을 찍을 때가 있었다. 사진관 아저씨로부터 오늘 날씨에 맞춘 f값을 받고는 24판 사진을 48판으로 절약해서 쓸 수 있던 올림푸스.
그러고는 사진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사진을 받았을 때, 절반은 훅하고 날아간 희뿌연 사진들.
그런 맛을 이베이 중고 버너로부터 느낄 수 있다면 과장일까?
실제로도 버너는 어떨 경우 절반은 훅하고 날아간 - 정비가 필요하거나 고물 직전인 - 상태로 보내온다.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Thermidor에는 프랑스 혁명기의 열월(熱月)이라는 뜻도 있다.
써어미도어, 테흐미도흐 어떻게 부르든 이런 종류의 1/3 파인트 용량의 버너들은 귀여운 맛이 있다.
영국의 Monitor Picnic, Veritas Mark Mark1이 그렇다.
연료통이 작다하여도, 우리네처럼 닭 백숙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간단한 야외요리에서는 연료가 부족할 일도 없다.
틴 깡통은 틴이란 말이 무색하리만치 녹이 더글더글하다. 그래도 깡통이 있고 없고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심지가 필요없는 소풍용 화로라고 적어두었다.
Birmingham의 Samuel Heath & Son (SH&S)사의 제작품이다.
당연하게도 Optimus 96의 카피품이다.
약간 각이진 삼발이 구멍 아래의 저 손톱 받침은 앙징맞다.
화구 나팔의 플레이트는 분실된 채로 왔다. 플레이트 자체는 Veritas, 혹은 Monitor 소풍버너와 맞을 것이다.
허술하다고 알려진 바람막이 역시 없어졌다. 세월의 탓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통노즐 (튜브형 기화기)는 체결 나사와 분리되어 있다. 나사 일체형과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저 부분의 납접이 필요할 지는 연료를 넣어보아야 알 터이다.
다만 저런 구조라면 통노즐 하단의 납패킹이 필요할 것이란 밖에.
오랜 경험으로 안다. 옛 물건은 완전히 사용할 것이 아니면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낫다.
이 놈도 그럴 것이다. 어딘가 누압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그것을 고칠 일은 아니다.
대신 플레이트에 쏘아진 압력 등유가 어떤 소리를 내며 기화되어 연소될까를 생각하면 조금 궁급하기도 하다.
거기까지이다. 나의 궁금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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