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박철 옮김, 시공사
돈 키호테 : (그냥 킨타나르에 사는 부자 후안) 알두도 가문의 사람들도 기사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자기 혈통을 만드는 법이니까.
소년 : 우리 주인이 도대체 무슨 좋은 일을 했다는 말입니까? 제 주인은 품삯도 주지 않고, 제 땀과 노력도 인정하지 않는 걸요. (제4장)
신부 : 시를 외국어로 번역할 때 의당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아무리 정성을 들이고 재주가 많아도 번역이 원작만큼 훌륭해질 수는 없는 것이야.....
(<<팔메린 데 잉갈라테라>> 책을 보자) 보시다시피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존중할 만하네. 첫째는 책 자체가 아주 좋다는 거이고,
둘째는 포르투갈의 현명한 왕이 지은 것이기 때문이지. ....온갖 모험은 모두 잘 꾸며냈고, 문장도 세련되고 분명하여
박진감과 이해심을 가지고 인물들의 성격을 구현했네. 그러니 이 책과 <<아마디스 데 가울라>>는 화형에서 구제해주고..."
"(세르반테스의 <<라 갈라테아>>란 책이 나오자) 그 세르반테스란 작가는 나하고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그 친구는 시보다는 불행에 더 익숙한 사람이지.
그 친구가 지은 책은 기발한 생각들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시작만 해 놓고 결론이 없단 말이야. 혹시 고칠곳을 고치면,
지금은 안되지만 장차 우리의 총애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 그동안 자네 방에 가둬 놓으시게." (제6장)
산초 판사 : 물론 저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라면 (기사의 북새통 싸움에 끼어드는) 그런 건 무시하겠지만 말입니다.
자연의 법으로 보나 사람이 만든 법으로 보나, 자기가 위험에 처하면 스스로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주일을 지키듯이 그 분부는 꼭 지키겠습니다. (제8장)
작가란 어떤 경우에도 편파적이서는 안 되며, 정확하고 진실되어야만 하고, 무슨 이익이나 두려움, 증오나 친분 관계 때문에
진실의 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역사는 진실의 어머니이며 시간의 그림자이자 행위의 축적이고, 또한 과거의 증인, 현재의 본보기이자 반영, 미래에 대한 예고이다. (제9장)
truth, whose mother is history, who is the rival of time, depository of deeds, witness of the past, example and lesson to the present, and warning to the future
진실의 어머니로서 역사는, 시간의 경쟁자로서, 행위의 공탁소이고, 과거의 증인이며, 현재에게는 모범과 교훈이요 그리고 미래에게는 경고이다.
돈 키호테 : 행복한 시절, 행복했던 수세기를 황금시대라 이름 붙였던 이유는 오늘날이 철기 시대에 높이 평가되는 황금이 복된 그 시기에 쉽게 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사람들은 '네 것', '내 것'이라는 두 단어를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었소. 그 성스러운 시대에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지요....
바위 틈새와 움푹 파인 나무 구멍에는 부지런하고 분별력있는 꿀벌들이 그들의 공화국을 건설하고 가장 달콤한 노동의 풍요한 수확을
아무런 대가없이 누구에게나 제공했소. (11장)
마르셀라 : 저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또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초원에서의 고독을 택한 것입니다.....
그 (죽은 목동 그리소스토모)에게 영원히 혼자 살고 싶다는 점과 오로지 대지만이 제 은둔의 열매를 얻을 것이며 아름다움의 전리품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합니다....제가 나무를 벗삼아 순결을 지키고 있는데, 왜 남자들을 상대로 그 순결을 잃어라는 것입니까?...
결국 이 산이야말로 제 갈망의 대상이며, 만일 제가 이곳에서 발걸음을 내디뎌 제 영혼이 본향을 찾아가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천국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함일 것입니다. (14장)
돈 키호테 : 아무튼 산초 판사야, ....시간이 지우지 못할 기억이란 없으며, 죽음이 희석시키지 못할 고통은 없다는 것이다.
산초 판사 : 기억이 없어질 때까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니요? (제15장)
돈 키호테 : 산초야, 내가 이 철의 시대에 태어난 것은 황금시대, 소위 전성기를 되살리라는 하늘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유명한 편력기사들이 이룬 업적 중에서도 가장 훌륭했던위업마저 그 빛을 잃게만듦으로써
그들의 모든 업적을 망각 속으로 사라지게 할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20장)
돈 키호테 :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혈통이 있다. 한 가지는 왕실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세월을 따라 내려오면서 점차 몰락하여
마치 거꾸로 뒤집어놓은 피라미드처럼 그 끝이 뾰족해지는 이들이고, 또 한 가지 뿌리는 하층계급 출신이나 점차 지위가 올라가면서 결국 대공에 이르는 이들이다.
따라서 차이가 있다면, 어떤 사람들은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예전에는 대단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는 아닌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지금은 대단하다는 것이지.
나는 후자의 경우 같고,..... (제21장)
누더기 기사 카르데니오 : 펜이란 혀끝보다도 더욱 자유로운지라 많은 경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음의 담대함은 더욱더 커지고
혀끝의 담대함은 잠들게 마련입니다. (24장)
누더기 기사 카르데니오 : 이성이 없다 하더라도 본능은 몸이 원하는 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나 봅니다....
불행한 자들에게는 아무런 위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되는 법입니다. (27장)
도로테아 : 저는 신하이지만 노예는 아닙니다. ... 평민이자 농민인 저도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귀족이며 기사님인 (돈 페르난도) 당신과 같습니다....
당신의 힘이나 당신의 부는 제게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며....저의 법적 남편이 아닌 사람은 그 어느 것도 저에게서 얻을 수 없기에......
그리스도 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며, 사람들에게 내세울 체면보다는 자신의 영혼에 좀더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기 위해... (제28장)
산초 판사 : 그때 둘시네아 아가씨에게 풍기는 줄 알았던 그 냄새는 저한테서도 늘 나니까요. 하지만 별로 놀랄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악마는 다른 악마를 닮았다고 하니까요. (제 31장)
로타리오 : (안셀모가 자신의 부인 카밀라의 정숙을 시험하기 위해 친구 로타리오에게 부탁하는데 대한 답변중에서)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절친한 친구 사이를 시험하거나 우정을 평가할 때에는 반드시 "제단까지만"으로 한정해야 한다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뜻에 반할 만한 일에 우정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얘길세. 우정에 대해 이교도도 이렇게 생각했는데.... ...
성경말씀이나 이성적인 생각들, 신학이론을 인용하는 것으로는 결코 그들 종파의 오류를 이해하기 이렵다네.
부정할 수 없는 수학적 증명을 통해서 명백하고 알기쉬운, 실증적이고 의심할 여지 없는 예를 보여줘야만 가능하지.......
어려운 일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혹은 세상을 위해서, 아니면 두 가지 모두를 위해서 시도되는 거라네.
하느님을 위해 시도되는 일은 인간의 몸으로 천사들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성인들이 했던 것이고,
세상을 위해 시도되는 일은 재물이라 불리는 것들을 얻디 위해서 바다의 무한함과 기후의 다양함, 사람들의 기이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들이 하는 일이라네... (제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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