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 곡물식물의 시중을 드는 노동 노예로서의 인간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11. 4. 20:53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서수지 옮김, 사람과 나무사이


홍차의 세계사 (이소부치 다케시)였던가, 대단히 실망한 적이 있고 또 이런 류의 책의 한계 때문에 적잖이 망설였다.

그러나 익숙치 않은 분야이고 또 심심풀이 삼이 읽을 만할 것으로 생각되어 집어들었다.


이 책의 참고문헌에 따르면 15종의 외국서적과 17종의 일본서적이 거론되었다.

이 정도의 문헌을 가진 자생적 풍토가 부럽다. 그것은 지적 자신감의 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내용은 조금 거칠게 정리되고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이 있지만 그 정도라면 애교라 봐줄만 하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나는 벼에 대한 부분이 새롭다.

최근에 낱알의 생산성?이나 알곡이 작은 데 대한 탈곡 도정이라는 중저급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 보다는 곡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알껍질이 터지지 않고 낱알째 달려있다는 것이 - 탈립성shattering habit이라 번역되어 있다 -

나로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그것이 바로 타작일 터인데.

벼나 밀 그리고 옥수수 같은. 물론 콩은 어느 정도는 콩깍지가 터진다만.

볏과 식물은 흙 속에 흔한 규소를 체내에 축적하여 잎새를 단단하게 만들어 초식 동물을 회피하며,

성장점을 낮추어 상부를 뜯겨도 성장이 가능토록 진화하였다고 책은 말한다.


벼농사는 그 노동 집약도와 별도로 단위 낱알 당 생산성이 월등하다.

15세기 밀의 종자 대비 수확량은 3-5배, 벼의 경우 17세기 이미 20-30배의 수확량으로,

이는 인구밀도와 관련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대부분 양반 지주계급이나 관리들에 의해 수탈되는 구조였긴 하였지만.


책에서 언급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의 중노동 구조와 유럽부양을 위한 노예노동과 자본축적은 되새김할 만한 내용이었다.

목화 관련하여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언급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이런 인문적 논의는 조금 비켜가 있긴하다.

인문적 소양이 깊은 이의 후속작이 이런 저작을 밑에 깔고 탄생하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