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제이아 벌린 - 낭만주의의 뿌리 (Ch.3) 황혼이 오면 천재는 등불을 들어 불을 밝힌다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8. 3. 21. 00:38

Ch.3. 낭만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들

 

18세기 과학이 위대한 승리를 거둔 시기에, 인간의 감성에 일어난 가장 근본적인 혁명은

낡은 형식들이 파괴된 것에 따른 결과,

즉, 기성종교는 조직화된 자연과학에 의해, 중세의 낡은 신분질서는 새롭게 등장한 세속국가에 의해 양쪽으로 공격을 받은 결과였다.

이와 동시에 합리주의는 극단으로 나아갔고, 가로막힌 인간의 감정은 으레 그렇듯이 다른방향에서 분출구를 찾았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지나치게 유순해지고, 지나치게 합리적이고도 건전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어둡고 신비한 신들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79쪽)

 

하만에게는, 신은 기하학자도 수학자도 아닌 바로 시인이며, 신을 억지로 우리의 연약하고 인간적이고 논리적인 체계 안에 끼워맞추려는 시도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것이었다.

 

재기와 기지를 아무렇게나 뿌리고 다니는 이들은....종달새, 됫새, 홍방울새, 카나리아들은 길고 긴 낮 내내 재잘거리고 지저귀다가,

황혼이 오면 날개 밑에 머리를 박고, 저런! 금새 잠들어버린다. 바로 그 때, 천재는 등불을 들어 불을 밝힌다.....

숲에 울려 퍼지는 그 노래로 밤의 침묵과 어둠을 깨운다.  (87쪽, 디드로, <살롱>에서)

 

낭만주의자 헤르더의 사상은

1) 표상주의

    에술작품은 언제나 누군가의 자기표현이며, 말을 걸고 있는 목소리였다.

인간의 손을 거친 산물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만든 사람의 삶에 대한 태로를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게 되어있다.

(예술작품을 예술가의 일생, 그의 심리.의도.실체는 예술작품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신념을 비난했다.) (98쪽)

이것이 정말로 진실이라면, 어떤 대상은 그것을 창조한 자의 목적을 언급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필요하다면 멀리 떨어진 시공간에 존재하는) 화자와 청자 사이의 결속에 의거하여 (어떤 상상력의 힘을 빌려) 분석하아여 한다. (102쪽)

자기가 있는 곳에 소속된 인간, 뿌리를 가진 인간은 오직 자신이 성장한 상징체계에 의해서만 창조활동을 할 수 있으며,

아무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말을 거는 어떤 닫힌 사회 안에서 성장한다.

2) 소속주의

    개개의 인간 집단은 그 골수에 있는 것, 그 전통의 일부인 것을 얻는데 힘쓰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이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 속해있고, 인간으로서 그의 임무는 자신에게 보이는 그대로의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며,

그에게 보이는 그대로의 진실이란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진실만큼이나 타당한 것이다.(108쪽)

3) 순수한 이상들에 대한 개념

    인간은 자신이 소속된 곳에만 속해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 곳에만 살고 있기 때문에, 전체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각의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고유한 이상이 있으며, 따라서 이미 지나간 것을 추구하려는 어떤 향수어린 시도도

과거의 부흥이라는 세계시민주의를 실현한다는 개념전체도 모두 어리서고 무의미하며, 자기 모순적이 되어야만 한다.

 

헤르더는 이러한 사상을 선포하면서 유럽 합리주의의 몸통에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가장 치명적인 비수를 꽂았다.

통일성을 부인하고, 조화를 부인하고, 서로 다른 이상들의 양립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109쪽)

 

 

* 한 가지는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어떤 사상이나 사유의 주장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이 누구인가는 되물어져야 한다.

낭만주의 사조가 비록 다양성에 대한 함의나 관용에 대한 새로운 서구적 합리주의?를 도출한 것은 현상적 실체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조가 단지 계몽주의에 대한 반론만이었나 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짚어져야 하며,

사회시스템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파악되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작은 경제로 환원되어 몰역사적인 것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