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의기양양하게 세력을 얻어가는 보수주의자들과 신보수주의 자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들은 저럴 수 있지?'라는 태도를 보였다. 보수의 득세에 대한 반응 가운데 하나는 보수의 정신이나 성격에 대해 연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이고 심층적인 공격은 (집단과 집단의 분리의 벽) 간격을 넓힐 뿐만 아니라
악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적에 대해서 불필요한 매혹까지도 불러 일어킨다.
그래서 나는 보수주의자들의 담론.주장.수사법과 같이 겉으로 드러난 언어적 현상에 대해 역사적이고 분석적으로 '냉정한' 검토를 시도해 보기로 작정했다.
그 과정에서 담론은 어떤 근본적인 성격적 특성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참여자의 욕망.성격.신념과는 거의 무관한 '논쟁들의 규범'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담론이 논쟁의 규범들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의사소통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서문)
문명의 중요한 진보란 거의 예외없이 그 진보가 일어난 사회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 Alfred N. Whitehead (23쪽)
시민적 (Civil) 차원, 정치적 (Political) 차원, 사회적 (Social) 차원,
세가지 진보적 추진력들 가운데 세 가지 모두가, 언제나 가공할 힘을 지닌 역추진력의 이데올로기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23쪽)
역효과 명제 (Perversity Thesis) - 정치, 사회경제 질서의 일부를 향상시키려는 어떤 의도적인 행동도 행위자가 개선하려는 환경을 악화시킬 뿐이다.
무용명제 (Futility Thesis) -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효과가 없으며 그 노력들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위험명제 (Jeopardy Thesis) - 변화나 개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변화나 개혁은 이전의 소중한 성취를 위험에 빠뜨린다. (28쪽)
인간의 정신이 앞을 향한 진전을 시작한 이후......어떤 이방인의 침입도, 어떤 압제자들의 동맹도, 어떤 편견도
인간을 뒤로 돌아가게 만들 수는 없다. - Henri-Benjamin Constant, 반동의 정치학에서
원래 '의도하지 않은' (unforeseen) 결과라는 개념은
사회사상에서 불확실성과 개방적 사고를 도입했는데,
역명제 효과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그런 새로운 자유 (부수적인 발생?)에서 도피해서
인간사회를 다시 한 번 완전히 예측 가능한 것으로 보는 (오히려 악화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세계관으로 후퇴한 것이다. (67쪽)
보이지 않는 손이란 용어를 도입한 국부론 Wealth of Nations에서 스미스는,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결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온다, 고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이라는 수식어가 아주 쉽게 '바라지 않은' 이라는 부정적인 뜻이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69쪽)
Rober Merton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은
목적을 가진 사회적 행위에 있어서,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으며,
어느 것이 더 큰지는 분명치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부정적인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선호하는 편견이 판단을 좌우하며,
그 결과 의도된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은다는 판단이 흔히 내려지게 된다. (71쪽)
(프랑스혁명) 이후에 우리가 절대권력을 타파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우리는 노예의 몸 위에 자유의 머리를 얹는 일에만 성공했을 뿐이다. - 토크빌, 앙시앙 레짐과 프랑스 혁명에서
혁명에 의한 변화는 '겉치레에 불과하고 사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런 식의 명백한 무용명제는 계속해서 등장하게 된다. (86쪽)
인간의 행위는 사적인 관계를 떠나 세상사를 주관하는 어떤 거대한 법칙 (경제학이든 과학이든)에 위배됨으로써
무용한 것으로 드러 난다는 것이다. (114쪽)
이 주장의 문제점은 내세워진 목적과 실제로 일어나는 반작용 사이의 불일치에 따른 무용성을
너무 일찍 주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용명제에 대한 가장 큰 반론은 그 명제 자체와
'그 명제가 사건들에 미친 여러 가지 영향'을 아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120쪽)
반동의 수사 중에선 보다 상식적이고 온건한 방법이 있기 때문.....
제안된 변화가 어쩌면 그 자체로는 바람직한 것일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들거나 이런 저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
콩포드가 풍자한 바, 어떠한 변화에도 반대하면서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체 함으로써 친구를 얻는 방법으로
쐐기의 원칙 (Principle of the Wedge) :
당신이 장래에 더욱 바르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일어킬 것이 두려워
지금 바르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
위험한 선례의 원칙 (Principle of the Dangerous Precedent) :
전제상 기본적으로 다른 일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현재의 것과 비슷한
어떤 문제에 대해 당신이 올바르게 행동할 용기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금 남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Francis M. Conford, 대학 소우주론에서 (126쪽)
그것이 그 자체로는 반박할 수 없지만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이유로
행동에 반대하는 주장이 만연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애써 얻은 노획물 또는 성과인 옛 개혁이 '손 안의 떡'일 수는 없으며,
새로운 (개혁) 프로그램에 의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 주장은
위험명제 (Jeopardy Thesis)라 불릴 것이다. (129쪽)
여러 가지 반동의 레토릭을 돌리고 거꾸로 세우거나 그와 비슷한 트릭을 써서
상당한 양의 진보적 또는 자유주의적 레토릭의 목록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205쪽)
반동 : 계획된 행동은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진보 : 계획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반동 : 새로운 개혁은 옛 개혁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진보: 신-구의 개혁은 서로가 서로를 강화시켜줄 것이다.
반동 : 계획된 행동은 사회질서의 항구적이고 구조적인 성격 ('법칙')을 바꾸려한다.
따라서 그것은 전혀 효과가 없고 무용하다.
진보 : 계획된 행동은 이미 '굴러가고 있는' 강력한 역사의 힘에 의해 뒷받침된다.
거기에 맞서는 것은 아주 쓸데없는 짓이다. (226쪽)
- 행동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
The Rhetoric of Reaction - 반동의 수사학이 원래 제목이다.
이 책의 수사학이 여전히 유효한 반동의 레토릭으로 이 땅에서 작동하고 또 만연하다면,
우리는 어쩌면 그런 시절과 싸울 수 있다는 혹은 싸움이 대상이 있으므로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지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의 이 시점에도.
그것이 나의 레토릭이다.
'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제이아 벌린 - 낭만주의의 뿌리 (Ch.1, Ch.2) 관념이 관념을 낳지는 않는다 (0) | 2018.03.20 |
---|---|
쟝 자크 루소 - 인간 불평등 기원론 (0) | 2018.03.17 |
다카시 후지타니-화려한 군주 : 만들어진 일왕, 신으로 환치된 종교 (0) | 2018.03.04 |
쓰루미 요시유키 - 해삼의 눈 - 역사의 수정은 걸으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0) | 2018.02.28 |
시라카와 시즈카 - 문자강화 - 신과의 교감 수단으로서의 문자 (0) | 2018.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