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제7일
윌리엄 : (불타고 있는 장서관은) "우리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장서관이었다.
...가짜 그리스도 올 날이 임박했다. 이제는 학문이 가짜 그리스도를 저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오늘 우리는 가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호르헤 영감의 얼굴 말이다. 철학에 대한 증오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
나는 처음으로 가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
잘 들어두어야.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단자 중에서 성자가 나오고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하는 법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윌리엄 : "호르헤에게는 처음부터 구상이 있었다. 호르헤는 이 구상으로부터 일련의 인과관계와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인과관계를 창출했다.
여기서 다시 서로 모순되는 인관관계, 특정조건 아래에서는 도저히 기능이 불가능한 상호관계도 창출했다. ...
내 지혜라는 것은...가상의 질서만 좇으며 죽자고 그것만을 고집했다. 우주에 질서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나...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그물, 아니면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고기를 잡으면 버리게 되는 그물, 높은 데 이르면 버리게 되는 사다리 같은 것...
유용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언제가 버려야 할 연장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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