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정신현상학 서문, 강유원 역
(5)
진리가 현존하는 참된 형태는 오로지 [진리의] 학적 체계일 수 있다. (체계일 수밖에 없다.)
철학이 학의 형식에 더 접근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은
내가 나에게 기도(의도)하는 - 愛知(앎에 대한 사랑)라는 명칭을 벗어놓을 수 있고 현실적 지가 되려는 목표에게 - 바이다.
지가 학이어야 한다는 내적 필연성은 자신의(지의) 본성에 놓여 있으며,
그리고 이전에 관한 만족하는 설명은 철학 그 자체의 서술일 뿐이다.
외적 필연성은 그러나 개인과 개별적 동기들의 우연성은 별개로 하고, 하나의 보편적 방식으로 파악되는 한에서, 내적 필연성인 것이요,
[다시 말해서] 시대가 내적 필연성의 계기들의 定在를 어떻게 표상하는가 하는 형태 안에 놓여있다.
철학을 학에로 고양시킬 때가 되었다는 것,
이것을 지적하는 것은 따라서 이러한 목적을 가진 시도에 관한 유일하게 참된 정당화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시대)은 목적의 필연성을 입증할 것이요,
아니 왜냐하면 시대가 동시에 목적을 실현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8)
긴장된 거의 열광적으로 흥분된 것처럼 보이는 노고가 이러한 요구에 상응하거니와,
[노고란] 인간을 감성적인 것, 조야한 것, 개별적인 것의 탐색으로부터 구출하고
그들의 시선을 별들에로 향하게 하려는 것이다.
인간이 신적인 것을 전혀 잊어버리고 마치 벌레처럼, 먼지와 물로 한 순간에만족하며 연명하기라도 한 것처럼.
예전에 사람들은 사상과 형상의 광대한 풍부함으로써 천계를 장식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한 의미는 [존재하는 것이] 그것을 천계에 연결시켜주는
빛의 실 가운데에 놓여있다.
(11)
그런데 우리의 시대가 탄생의 시대요, 새로운 시기에로의 이행의 시대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신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정재(생활)와 표상의 세계와는 절연하고,
그것을 과거 속에 묻어버리려 할 참이며, 자신의 변형에 몰두(착수)하려고 한다.
과연 정신은 결코 정지하는 일이 없고, 항상 전진하는 운동에 몰입해 있다.
그러나 아이는 오랫동안 조용히 영양을 섭취한 후에 최초의 소리가
단지 양적으로만 증가해 온 진보의 저 점진성을 갑자기 중단하면서 이제야 아이가 탄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를 스스로 형성하는 정신은 새로운 형태로 향하여 성숙해가고,
자신의 선행하는 세계라는 건물의 작은 부분들을 차례로 해체하는데,
세계의 동요는 개개의 징후를 통해서만 암시될 뿐이다.
현존하는 것에 만연하는 경박함 및 권태, 미지의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다른 어떠한 것이 임박해 있다는 전조다.
전체의 면모를 변경하지는 않는 이러한 점진적인 와해는 출현을 통해 중단되는데,
출현은 번개처럼 한 번에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드러내 준다.
(13)
그러나 이 새로운 것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완전한 현실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무시되어서는 안 되겠다.
그 최초의 출현은 자신의 직접성 혹은 개념일 뿐이다.
건물의 기초가 놓여졌을 때, 건물이 완성된 것이 아니듯, 전체의 개념에 도달했다 해서 전체 자체는 아니다.
우리가 떡갈나무의 힘있게 뻗어나간 줄기와 뻗어나간 가지와 무성한 잎을 보기를 원한다면,
후자 대신에 도토리를 제시할 때 우리는 만족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신세계의 왕관인 학은 학의 시초에서 완성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정신의 시초는 다양한 교양 형식의 광범위한 변혁의 산물이고, 겹겹이 얽힌 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발 및 노고의 대가다.
그 단초는 그 계기(繼起계속되는 것으로부터)와 확장으로부터 자기에로 되돌아온 전체요,
생성된 전체의 단순한 개념이다.
이러한 단순한 전체의 현실성은 그러나 저 계기로 형성된 형태들이 다시금 새롭게,
그러나 자신의 새로운 장면에서 [새롭게]
생성된 의미에 있어서 전개되고 형태가 주어진다는 것에서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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