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홍로 일점설 紅爐一點雪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10. 15. 02:40

최근 어느 절집 다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액자 속에 한 구절 글씨에 눈이 갔다.

紅爐一點雪.

글씨도 글씨지만 참으로 멋진 구절이라 생각되어 기억하던 차.


그 구절은 서산대사 휴정의 오도송 중의 한 구절이란다.


千計萬思量 (천계만사량) 천의 계획과 만의 생각이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불타는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 눈꽃이다.

泥牛水上行 (이우수상행) 뻘 묻은 소가 무논을 헤쳐 나아가니 

大地虛空裂 (대지허공열) 대지와 허공이 모두 찢어진다.


서산대사는 법을 전하기를 사명당이 아닌 언기선사에게 전했다고 알려진다.

법맥을 이은 선사의 오도송이다.


雲邊千疊嶂 (운변천첩장) 구름가 천겹의 산봉우리 둘러졌고

欄外一聲川 (난외일성천) 난간 밖엔 한 가닥 개울물 소리 

若不連旬雨 (약불연순우) 열흘비가 이어오지 않았던들

那知霽後天 (나지제후천) 어찌 비개인 뒤 하늘을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