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은 절집 하나 있다고 하여 마음을 챙겨 나섰습니다.
꼬불 꼬불한 산길을 한 참이나 지난 후에 깊이 파묻혔을 법한 절집을 만납니다.
국내에서는 하나 뿐이라는 하앙식 가구의 절집, 화암사입니다.
안도현시인의 말마따나 잘늙은 절집 하나가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고 저리 앉았습니다.
해탈교라 이름지을 다리 하나 건너면 산문이 나섭니다. 전형적인 산지 중정형의 ㅁ자형 구조의 입구입니다.
우화루와 목어가 정겹습니다.
머리 위에 얹힌 것이 여의주인가요, 용이 되길 바라는 용맹정진하는 이무기의 모습일 겁니다.
하앙식 가구 구조를 가진 극락전입니다. 그러고 보면 처마의 내민 길이가 조금 길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공포를 가리지 않게 전각의 현판을 따로이 띄어쓰기를 하였나봅니다. 또박또박.
오늘 보러 온 하앙식 가구입니다.
포 위쪽에 얹혀진 살미첨자에 접하여 놓인 용머리 같은 부재가 하앙입니다.
용머리 장식이 구조를 이해하는데 조금은 방해가 됩니다.
용머리 목 위로 외목도리를 걸쳐 서까래를 더 길게 낼 수 있게 할 요량이었겠지요.
무엇 하나 자연을 거스리지 않은 앉음새입니다. 산신각이 그렇습니다.
호랑이 한 마리가 웅크린 듯 바위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절집 마당에는 오랜만에 보는 낙수의 흔적으로 마음이 다 푸근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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