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는 봄날이었다. 2월 초순의 날에도.
애들이 꼬맹이였을 때 온 적이 있었지만. 꽤차 오랜만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선화로 그려진 미륵보살을 찾긴 쉽지 않다.
비례가 조금 허트러진 듯 하지만 층지붕의 날렵함만은 잊지 않았다.
탑신에는 떡살 무늬같은 꽃그림이 앉았다. 4장의 꽃잎이라, 돌밭에 핀 산도라지이려나?
땅은 네모지고 하늘은 둥글다 했던가 (天圓地方), 혹은 사람의 일은 어딘가 모난 곳이 있다지만, 하늘의 이치는 원만하게 굴러간다는 뜻이련가?
미륵의 집은 저리 생겼다. (인근 보성 대원사의 미륵집도 저리 생겼으나 보물에서는 빠졌다.)
나중에 오시게 될 때에도.
부부로 온다는 발상이 새롭다. 와서 부부가 될 인연인 것일지도.
세상을 굽어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세상의 이치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 본다. 누워있는 부처는.
벌떡 일어나 우리 곁으로 오실 날은 또 언제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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