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남지 않은 목조탑이었다는데, 84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다시 지어지고, 지금은 보물의 지위를 잃었다.
예전의 8작 지붕이 4모의 모둠 지붕으로 탑의 형태를 얻어 보륜을 얹었다 한들
아름다운 한국 목조의 한 시절은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림 한 장 도면 한 장 남겨두지 않은 대목장들, 그것이 쟁이들의 한계 아닌 한계일 것이다.
(그러고도 모든 그림이 가슴과 머릿속에 있다고 위안을 삼았던 사람들.
천대받았던 직업의 한계였을라나.)
지식을 공유하지 않았거나 혹은 못하였거나 간에.
지장전이다. 목조 시왕상 전체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제 철감선사탑을 찾아간다. 당우 뒤편으로 사사대 길을 지나서 언덕배기에 놓여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붕의 섬세함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돌쟁이의 솜씨가 절정에 이르렀음이다.
탑을 덮은 지붕의 아랫면에도 비천상이 조각되어 있다. 틈이라고는 없는 장인의 손놀림이 거쳐간 까닭이다.
아쉽게도 탑머리의 보륜을 읽었다.
수미산의 구조를 따르자면
구름이 떠받치고 있는 하대부터 물고기와 사자로부터 물과 뭍의 세상이 펼쳐지고,
가릉빈가의 하늘이 열리고,
이제 비천상으로 천상으로 연결된다.
좋아하는 가릉빈가가 장엄되어 있다. 상부의 비천상과 더불어 노랫소리 한 자락, 악기소리 한 소절이 흘러나올 듯하다.
나의 눈에는 사자가 물고기를 물고 있는 듯 보인다. 문수보살의 상징일지는. 하기야 산도 사자산이니.
물고기 또한 늘 눈을 뜨고 정진한다니, 잡혀있는 모습이 아니라 함께 있는 모습일 터이다. 물과 뭍에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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