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미륵을 찾아서 39

고성 건봉사의 능파교를 찾아가는 길

지난주 강원도 고성의 건봉사 능파교를 찾았습니다. 무지개 다리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구요.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곳까지 오는 일은 없었겠지요. 세상은 그 존재로서가 아니라 관계로서 의미를 갖나봅니다. 덕분에 내 가슴 속에 다리 하나 놓입니다. 바로 인근에 더 이쁜 무지개 다리를 놓치지 않음은 인연이겠지요. 육송정 홍교도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무언가를 이어준다는 것은 세상의 큰 공덕일 겁니다. 피안으로 건네다주는. 그 자체가 반야용선일지 모릅니다. 절집을 내려오는 소로에 이름없는 다리가 애잔합니다. 이름모를 석공의 솜씨일지나 조그만 돌팍에서도 따스함이 묻어납니다. 손자를 데불고 절집을 오르던 할머니의 흰고무신이 겨울볕 아래 눈부실 듯 합니다. 크다고 큰 공덕의 다리가 아니듯 작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동강-수철 구간에서 만난 목장승

지리산 둘레길 금계에서 의중 마을을 지나 칠선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약 2km 지점에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있다. 변강쇠와 옹녀가 벽송사 인근에 살았다고 하여 [가로지기 타령]의 무대가 된 곳이라 이 목장승은 각별하다. 더구나 변강쇠가 장승을 뽑아 군불을 때다가 동티가 나서 죽었다는 이야기와 연결되었으니. 걷는데도 힘들었나 보다. 카메라가 흔들렸다.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그 산까지 가서 마애불을 보지 못하였다면, 나는 참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천황사지에서 구름다리를 지나서 천황봉을 찍고 구정봉을 지나 도갑사로 내려가는 산행길에서. 구정봉 아래에서 샛길로 500m라는 거리는 그리 멀게 느껴지는 거리는 아니지만, 일행들과의 시간차이는 왕복 1km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 마애불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다른 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고, 그 다른 날은 언제고 내 생애에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해서 도갑사 절집아래 버스에서 기다릴 일행에게는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조금은 욕먹을 생각을 하고 용암사터의 마애불을 찾아 나섰다. 비례가 맞지 않음은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때문인가?, 싶지만 오히려 보는 데 부담이 적었다. 선명한 조각에서 연꽃은..

창녕 관룡사 돌벅수

서울 사람들한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내의 고향 경남 창녕은 꽤나 알짜배기 문화유산 답사를 할 만한 곳이다. 절집 관룡사의 대웅전과 약사전이 그러하고, 절집 입구의 돌문과 풍광이 좋은 담벽이 그러하다. 고건축 구조하는 이들에게는 이 절집의 대웅전과 약사전은 귀한 건물일 것이다. 기둥위에 포을 얹어 커다란 맛배지붕을 받치고 있는 이 건물은 구조적으로는 정중동의 함의를 절로 깨닫게 해주며, 그리하여 신행하는 이들을 안정시키는 위의를 보여준다. 하지만 내게는 절집을 지키고 있는 돌벅수가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 이 할아범 벅수와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 뻐더렁니는 여전한데...... 그 곳 창녕에 갈 일 있거들랑, 만년교라는 무지개 돌다리(어려운 한자말로 '홍예'라 그런다)도 둘러볼 일이다. 풍..

보령 성주사지 벅수

성주사지 벅수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보다도 벅수의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잊은 듯 세상을 바라보는 저 벅수의 모습은 낡은 것들의 무게를 함께 버텨온 세월의 힘이 있다 달리 내세우지 않아서 좋은 오랜 친구의 얼굴을 하고선 누가 파먹은는지, 귀때기엔 공구리를 바르고도 벅수의 얼골은 웃음상이다. 내 어머니의 손등인 양 가슴 아린다.

내장산, 돌감나무, 겨우살이 그리고 구름

내장산 입구의 절집, 내장사. 감나무의 붉은 감도 절집 사정이 궁금했는지 한쪽으로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비닐로 문풍지를 덧댄 요사채에는 절집 사람들의 인적도 끊기고, 마당에 감로수만 조용히 흐른다. 초겨울의 하늘에 알알이 박힌 붉은 감으로도 색을 잃어가는 가을을 늦추진 못한다. 단풍이 모두 져 버린 날을 택해 내장산에 오른다. 서울의 엊저녁 짓눈깨비가 여기서는 눈발로 날렸는지 산의 북쪽 언저리에는 잔설이 여전하다. 겨우살이 풀들이 나무에 매달렸다. 나무는 제 수액을 뺏기고도 말이 없다. 아픈 것인지, 친구삼는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빨간 열매를 단 붉은겨울살이도 매달렸다. 초겨울의 하늘에 구름이 색다르다. 제트기가 지나간 흔적인지.....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되었을, 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