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대국 흥망사, 찰스 P. 킨들버거, 주경철 옮김, 까치, 1996 (2004)
[3. 선두의 연쇄적 변화]
더욱 새롭고 발전된 문명단계를 탐사하는 어떤 나라라도 결국 뛰어넘기 힘든 한계나 장벽에 도달하므로, 인류진보의 다음단계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단속적 발전의 법칙 the law of interrupted progress"을 제시한다.
"중심부가 주변부를 확산시킬 때마다 그것은 중심부를 건설한다"는 브로델의 표현 역시 거의 흡사한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심화는 탈중심화를 수반하고, "마치 세상은 중심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탈중심화가 발생할 때마다 재중심화가 일어난다"는 견해는 더욱 직접적으로 관심을 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들 사이에 벌어진 경제성장에 관한 많은 논의들은 "따라잡기 catching-up"에 초점이 모아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이전 시기 선도국가의 생활 수준에 근접할 때쯤이면 왜 성장속도가 둔화되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음은 일찍부터 분명했으므로, 관심은 "뛰어넘기 leapfrogging"로 전환되었다. ...경쟁에서 뒤진 국가들이 "상황에 대응한" 신기술들을 창출하고 여기에 저임금 여건이 결합하여 일인당 소득에서 선도국을 추월한다는 모델을 만들었다.
네델란드가 쇠퇴하던 18세기에, 영국이나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던 때에 다른 주들이 의사결정-특히 조세정책과 관련된-에서 고도의 중앙집중화를 허락하기를 망설이거나 심지어 거부하나 것은 탈중심화가 얼마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쇠퇴를 재촉했는지를 보여준다......중앙집중화는 우체국이 파발꾼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비유에 의해서 옹호될 수 있다.
그러나 최고의 통화가 평가절하되기 시작하면-(비잔틴의 베잔트를 대체한) 제노비노의 평가절하, 플랑드르와 브라방의 그로트, 1914년 이후의 프랑스 프랑, (1931년 이후의)영국의 파운드 스털링, 1973년 이후 미국의 달러가 시사하는 바처럼- 쇠퇴의 징조가 드러난다. 비록 정확하게 순위가 매겨지는 것은 아니고 경쟁구도가 계속 작용하지만, 통화시장은 대체로 계서제적 질서를 형성한다.
1925년 ...파운드의 평가복귀 (금본위제로의 복귀결정)를 선언하고 옹호하는 연설에서 당시의 재무장관이었던 윈스턴 처칠은...만약 영국 파운드화가 기준통화가 될 수 없다면...달러로 거래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대단히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위와 같은 자기 소신의 표명에서는 이윤보다 권위가 우선시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선두다툼에서 보이는 일이다.
17세기의 마지막 4/4분기에 (네델란드의 동인도 회사 관리자와 고용인들이 영국인 경쟁자들) 두 경쟁국간의 상대적인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점점 공세적이 되고 자신감이 넘치게 되는데 비해서 네델란드인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게된다.
그리고 모든 무역은 일종의 전쟁이다.
물가의 50년 주기설...콘드라티예프가 발견했다는..장기적인 파동을 물가만이 아니라 생산영역에까지 확대적용시켜...더 나아가 물가와 생산을 전쟁에 연결시켜...한층 더 나아가 헤게모니 주기를 덧붙였다. ...전쟁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할 이론이 필요하지만, 그 어떠한 이론도 경제학에 근거한 것만큼이나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콘크라티예프 주기가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경제적 결과는 경제적 원인을 가지게 마련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근접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연쇄를 이루는 잘 짜여진 분석 틀 속에 우겨넣으려고 하기 보다는...1350년부터 세계경제 선두의 각각의 실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듯 하다.
국가의 생명주기와 경제학 및 정치학을 포괄하는 거대이론 틀에다가 연속적인 경제 선두의 연쇄-시간적 연관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를 짜맞추어 집어넣는다는 것은 과도하게 야심적인 시도로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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