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경제강대국 흥망사 , 킨들버그 - (1) 노쇠기에는 미신적이고 폭군적이다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2. 3. 15. 13:58

경제강대국 흥망사, 찰스 P. 킨들버거, 주경철 옮김, 까치, 1996 (2004)

 

[서문]

이 책은......15-20년 뒤에 중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게 될 지 누구도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나왔다.

 

[1. 서론]

경제학은 가격변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대응을 이야기하는 "탄력성" 혹은 '비탄력성'과 같은 용어에 대해 엄밀히 정의를 하지만, 그와 같은 숫자의 뒤에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경제변화에 대응하는 민첩성 혹은 속도와 관련된 파악하기 힘든 성질이 내재해 있다. 앞으로 주장하듯이 국가의 생명력은 사이클을 이루며 움직인다.

 

이 책 역시 야심과 범위 면에서는 그들의 연구와 거의 다를 바 없지만, 다만 쇠퇴라는 측면에도 주목하고, 경제질서의 세계적 계서제 hierachy 내에서 성장하는 국가들의 쇠퇴하는 국가들 간의 관계를 고려한다는 점이 다르다.

 

역사는 원인과 결과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물리학이라기보다, 우연적인 상황에 따른 돌연변이에 따라서 시들거나 만개하는 생물학, 그 가운데에서도 다윈적인 생물학에 가깝다....나중에 큰 변화를 일어키는 핵심요소를 이전 시점에서 알아내는 것은 힘들든지 아예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역사가, 경제사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쇠퇴 원인들-과잉팽창, 창조적 능력의 상실, 저축률과 투자율의 하락, 해외 경쟁 등-은 독립적 개별적 요소라기 보다는 차라리 노화과정의 징후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 경직성 (경로 의존성 path dependency), 위험의 회피, 생산보다는 소비와 부의 축적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 등은 경제적 노화를 나타낸다. 그것은 가장 현명한 정책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상대적인 쇠퇴는 상이한 기능마다 상이한 속도로 진행되었다. 

 

[2. 국가주기]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자연의 단계를 따라서 유년기에는 미약하고 소년기에는 무식하며 청년기에는 호전적이고 장년기에는 철학적이며 노년기에는 법률적이었다가 노쇠기에는 미신적이고 폭력적이다.

 

역사적으로보면 개인이든 회사든, 특정부문이든 혹은 경제 전체든 흔히 성공의 도식을 너무 멀리, 너무 오래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계에 도달했다는 표시가 분명히 드러나는데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성이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다. 

 

봉건주의는 풍요로운 지대에서 발전했다. 영주들은 농노의 생산물 일부와 보호를 맞바꾼 셈이다. 그런데 산지에서는 떠돌이 비적단으로부터 보호할 것도 또 영주가 착취할 것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제적 방향으로 발전했다. 해안지역 도시들에는 기동력있는 상인과 선원들이 거주하는데, 이 도시들 역시 영주제적이기보다는 공화제적 발전을 했다. 그러나 이곳의 정부는 점차 부유한 상인들이 운영하는 자체 지속적 과두제로 발전했다. 

 

핀란드에서 범선 단계로부터 증기선 단계로 이행하는 데에 실패한 원인에 대한....

내일의 사람들은 오늘의 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며, 하물며 어제의 기술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동양산물에 대한 수요는 우선 십자군 운동 당시 동양산물에 대한 취향이 생겼다는 점과 또 생존수준 이상의 가처분 소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귀족들은 농노들로부터 착취하든지 도시에서 벌어들이는 상업이윤으로 가처분 소득을 얻었다. 

 

육상 수송은 느리게 발전했다.....수송의 혁신은 시장을 연결하고 또 애덤 스미스가 국부 증진의 기초라고 여겼던 분업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기술변화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다른 분석에 의하면, 기존 운송양식이 독점가격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새로운 양식이 등장하게 된, 의도치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공업은 세 가지 원천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수입품을 국내생산품으로 대체하는 것 (때로는 관세 및 수입금지 조치 등이 이를 더 촉진시킨다), 둘째, 젊은이들이 남아도는 상황이 되었을 때 하녀, 떠돌이, 용병이 되는 대신 이들을 고용하는 가내 공업, 즉 proto 공업, 셋째, 도시의 숙련공들.

 

개별국가에 생명주기에서 발명, 혁신, 생산성의 쇠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3세대 효과 (세 번째 세대가 신-구 산업에서 혁신주를 반복하는 새로운 사람들로 대체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태도로의 변화, 계급간 소득분배의 차이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 신분 차이의 확대와 생산자본에 대한 고이윤의 재투자 회피, 그리고 길드, 조합, 정부 등의 독점화, 또 구식 기술에 투자하면서 노동자와 기업가 모두가 변화에 저항하는 것 등이 그런 원인이다. 

 

대도시에서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공업분야에서는 큰 부를 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아담스미스의)말은 맞는 말이다. 영국에서 큰 부는 세습토지로부터 나온다. 혹은 투기, 상이한 지역간의 상품거래에서 얻는다. (또 여기서 부를 잃는다), 큰 부를 얻은 상인들은 실업계를 떠나 시골로 가거나 공직생활을 하는 수가 많다. 혹은 금융방면으로 전환하기도 하는데 이 분야는 에너지가 적게 들고 위험부담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나라든 늙어 갈수록 미래보다는 과거에, 그리고 상공업 대신에 예술, 학문, 문학에 관심을 둔다. 

 

근대 경제학적 분석에서 열심히 일하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인센티브는 소득과 부를 최대화 혹은 최적화하려는 동기에서 온다고 본다. 이에 비해 역사에서는 더 근본적인 동기를 모방의 욕망에서 찾는다. 애덤스미스는 국부론과 도덕 감정론 모두에서 이런 성향을 언급했다. 

 

17세기에 특히 재앙에 가까운 올리바레스 내각하에서 에스파냐가 급격하게 쇠퇴한 데 대해서 제럴드 브레넌은 통상적인 에스파냐의 속성, 즉 "경제적, 물질적 수단에 대한 고려 없이 야심적인 계획을 추구하는 것"에서 찾았다. "에스파냐의 국민적 악덕은 과도한 자심감과 낙관주의이다."

 

원래 물리적 파괴야말로 전쟁의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와 일본의 경제적 기적을 목도한 이유 사상자, 물적 피해, 사회적 질서의 혼란 등은 대응능력의 상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

신성로마제국에서 30년 전쟁은 오랜 기간 동안 중부 유럽의 경제적 진보를 저해한 요인, 그중에서도 특히 외국 상인들에게 의존하게 만든 요인으로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일부 관찰자들은 이 시대의 화폐가치 저하가 자본과 인적 자원의 손실보다도 더 파괴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경제후퇴에 대해서....1580년 이후 지중해 세계에 대해서 브로델은 공공재정, 투자, 공업, 해운 같은 핵심적인 부문의 붕괴를 이야기했다. ....성장과 상대적 쇠퇴라는 생명주기에서 각국의 경험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명력과 유연성이 경직성으로 변한 것이야 말로 그 패턴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