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나의 라듸오 이야기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5. 8. 23. 05:30
나의 라듸오 이야기 

김달진 문학관 뒷편 골목길.....


 
누군가에게 서울고모가 있었다면  내겐 일본고모가 있었다.
(서울고모가 와야 설을 쇤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었다.) 
 
그  물 건너온 나의 첫 라디오는 가죽커버였는데, 메이커는  기억 나질 않는다.
곧잘 물건을 뜯기 좋아했던 나는 일곱살이었던가 했던 때, 그놈을 뜯었다가 결국 살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고모가 보내준 물건을  무척 애지중지하셨는데, 그 일 이후로는 내게  드라이버 잡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다.  
호된 꾸중도. 
 
그  다음 라디오는 카셋트 라디오였는데 역시나 고모가 보내온 것이었다. 히타치  전자로 기억한다.  
무선 마이크  기능의 야외  스피커로
동네잔치  마당 (해치라고 했는데  그 말의 기원을 알지 못한다.  해모임의 일본어 읽기가 아닐까?) 때  
아버지가 노랠 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그 놈은 댓번 뜯었지만 부셔먹지는 않았다. (사실이지 내가 손 댈 단계를 넘어서서 집적화된 전자기기였으니.) 
 
카셋이 둘 달린 대우 더블데크라는  모델이 기억난다.
성문종합영어 테입 50개를 카피한 기억이 있다.  
(저작권법이 무언지 모를 때였고, 동네 레코드 점에 노래 제목을 주면 테입에 담아 팔던 때였다.)
덕분에 서울 학원 쌤  강의를  직강같이 들을 수 있었다.
성문종합의 무뚝뚝한 책과 달리 송성문 선생님의 목소리는 호소력 있고 차분 했으며 FM방송  DJ느낌이었다.
교육방송에선 막 대입  고교  강의같은 걸 할 때였나? 밑줄 짝의 서한샘, 채  무슨 선생이 영어 직독직해  어쩌구.... 
 
소니 워크맨이 유행하던 시절, 유사 상표 TONY를 썼다.
하숙집 여자 친구한테 빌려 주었다 망가지긴 했지만. 결국 난 워크맨  써보질 못했다. 뒤에  파나소닉으로 떼웠지만.   
 
최근 캠핑용으로 이톤 라디오를 주문하였다. 뺑뺑이 자충식으로 몇 번 돌리면 노래 한 곡 겨우 듣는 정도 이다.
물론 랜턴이나 다른 기능이 있긴 하지만  충전시키기 힘들다. 날씨 방송이 유럽에선  잡힌다고 하는데. 아! 핸폰 충전도 된다.  
일분  통화하려면 한 참을 돌려야 할 것이다.
태양광 충전기능에 속았다 싶다. 그래도 아날로그 튠닝 방식이라 모르는 방송을 잡아 듣게 되는 재미는 쏠쏠하다. 
 
결국 집에서 알람시계로 쓰던  소니 단파라디오를 캠핑용으로 쓴다.
알람  시간을 두개까지 설정할 수 있어 요긴하다.
십오년 전 영국의 BBC를 듣겠다고 공항면세점에서 물경 이십오만원 가까이 준 걸로 기억한다.
(모뎀을 쓰던 시절이었고, 인터넷은 요즘 같지 않았다.)  
결국 BBC  출렁이는 소리로 오 분인가 들었다.
그나마 단파 주파수가 시간대별로 바뀌는가 하여서  포기.  
(이른 새벽 저 라디오를 단파로 듣고 있으면 간첩으로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
옆집에 오신 삼촌 간첩인가 다시보자, 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