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와는 별개로 아시아적 (이렇게 표현하면 아마도 중국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일본과 한국만이 해당될지도),
혹은 일본적 문화현상을 드라마 속에서 몇 가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왔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결코 다를 수 없는 그 현상이 원전 사고의 수습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 가 나의 질문이다.
1. 매뉴얼, 문서에 의한 관리
장면 장면마다 문서에 의한 관리가 진행됨을 볼 수 있다. 종이쪽에 기반한 관리는 인간의 암기력이나 관행이 아니라 사고의 순간에 원래의 설계자가 깊이 고민하고 또 반복 훈련에 의해 개선된 내용이 담기게 된다. 우리 같으면 아마도 모든 걸 외우고 있는 (혹은 외우고 있다고 믿어지는), 혹은 관성에 따르는 인물을 회의석에 앉혔을 것이다. 드라마 내내 모여있는 기술진들은 문서들을 들추고 또 문서에 의한 관리를 진행한다. 물론 전기적 문제로 컴퓨터를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보였긴 했어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매뉴얼에 의한 관리는 챙겨볼 만한 부분이었다.
2. 관치, 감독의 정치인과 공무원
문제적 상황과 터져나온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조직이 아니라, 책임의 전가를 위해 '더 높은 곳에서 지휘, 지도, 감독하는' 존재로서 공무원과 정치인이 놓여있다. (뼛속까지 친일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나의 생각이다.) 'ㄷ'자형 좌석 배치의 전면에 대좌하는 (엄밀히는 上座하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그 감독기능의 중요함은 필요하고 또 중요한 부분임에도) 문제해결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도 문제를 감독하고 책임을 민간으로 떠넘기고 따지기 위한 조직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의 다른 드라마에서도 (한국에서의 현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보여지는 풍경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법원까지 나서 국가책임을 면책시킨다.)
대신에, 나의 표현이 비난의 꼭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원자력 안전위(?)인가 하는 조직원들의 대화는 책임을 면피하기 위함일 수 있지만 자신의 Roles and Responsibilities에 따른 발언들이 있어 이채로웠다. R&R에 따르는 발언이 특히 필요할 수 있다. 특히나 이런 대형 재난사고에서는. 모두가 나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무와 의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또 그 책임의 범위 안에서만 답변하는 이러한 모습을 (더하여 그 구실과 책무를 이해하고 질문을 할 줄 안다면 더욱 좋을 법했겧다만) 나는 좋아한다. (그가 답을 몰라서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어떤 모습이 이런 순간에서는 있는가와 이러한 면피성 모습이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지는가? 그것이 나의 질문이다.
Post Blogging Notes:
최근 잼버리 대회의 운영상 난맥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부분도 나는 쉽사리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지시'는 법에 의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그이의 '지시'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법한 '지시'인가를 짚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는 것은 나의 범위 바깥이다. 다만 나는 이러한 시스템을 넘어 보이는 '지시'나 '지휘'가 전근대적인 '왕조시대'의 산물임을, 그러한 표현 역시나 전근대적 산물임을 주목하고 싶다. 괜한 공무원들과 군인들이 화장실 청소나 현장의 불편함을 메꾸어주는 이러한 관행이 '적법'한가를 따져물어주어야 할 부분이다. 그것이 업무지시서 Job Descriptions의 바깥이라면 이는 거부되어야 할 '지시'이기 때문이다.
3. 뒤늦은 자위대의 등장
원폭의 경험을 보유한 국가에서 원전 문제에 대한 자위대의 등장은 7일차 (종결편)이다. 이가 사실이라면 문제의 경중에 관한한 정치권의 판단이 늦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혹은 민간분야에 대한 자위대 투입에 대한 법적인 한계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총리 앞에 앉아 있는 4성 장군의 모습과 그의 판단에서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러고도 다른 무언가를 (투입의 시점이나 장비의 투입에 대해) 드라마가 숨긴 것이라면 군사기밀에 해당할 터이다. 원전 사고와는 별개로 그러한 원전 사고의 경험은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실이지 그 자체로서 대단한 기술적 자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표현은 다분히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판단이다.)
드라마는 그 끝을 조금 허탈히게 맺고 있다. 사고의 처음은 있으되 그 끝은 숨겨져 있다. 폐로, 혹은 decommissioning이라 불리우는 그것이 '기술적' 혹은 '과학적'인 자료이자 '돈'이다. 설사 나라고 하여도 이러한 (발생해버린 사고야 어쩌지 못하겠지만) 사고의 경험자료는 (일정하게는 다행스럽게 마무리되었기에) 그 본질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언제고 생길 수밖에 없는 사고에 대해서 일본은 시간적 경과에 따른 기술적 자료를 확보하였을 것이고. 한국의 원전론자들은 내용도 모르고 일본의 편에서 사고의 뒷 수습을 지지하고 있다. 엉뚱한 수족관의 물이나 퍼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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