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 단상 5 - 방글라데시에서 철을 얻는 방법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1. 12. 12. 12:59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하멜 표류기 쯤이었을 거다.

1635년 조선에 떠밀려온 하멜 일행이 남긴 기록에선

조선인들이 상선이나 나무의 조각을 불태워 돌쩌귀나 쇠못 등의 쇳조각을 얻는 장면이 그려진다.

표류기의 다른 어떤 장면보다도 나에게는 이 구절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 방글라데시에서 철을 얻는 방법은 폐선의 해체를 통해서이다.

2010년 기준 자국내 생산의 약 40% 이상의 철이 폐선의 선박해체를 통해 얻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많은 인구와 이에 기반하고 있는 저학력 저임금의 노동력 (물론 아동 노동력도 포함된) 그리고 

인프라 투자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해안 뻘밭의 지형적 이점과

이를 놓칠 리 없는 눈밝은 자본의 국제적 분업의 구조......

 

저들은 지난 4-5일간 폐 어망을 태우고 있다. 

체인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이제사 드러나 저 체인.....

바람 불어가는 방향이 나의 반대쪽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있는 나 자신은 한계는 딱 거기이다.

 

이 사람들 앞에서 대기오염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병이 아니라 가난이기에.

그리고 쉬운 길은 늘 상채기를 남긴다. 사람에게이건 혹은 그들이 살고있는 땅에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