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깨어진 유리창에

뱀장수 사설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22. 3. 24. 13:48

(기억을 소환해본다. 시장통에서 허리띠를 척 풀어서는 사설을 풀어가는 뱀장수, 배암장수....

시절은 달라져 부적절한 성적인 묘사와 용어들, 사설이란 그래도 거기까지가 시절의 풍경이므로.

대부분 나의 기억과 소실된 기억의 일부는 인터넷 상의 사설을 가져왔다.

 

차부의 껌팔이 사설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언니 오빠 여러분~ 먼길을 가시는 데~ 이 어린 소년이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이...언니 오빠 여러분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롯데껌 한 통이거나 모나미 볼펜 한 자루와 함께 자리마다 던져지는 마분지 쪽에 씌여진 글자들.....)

 

왔어요 왔어.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냐~!

장이면 장마다 오는 것도 아냐~.

내가 누구냐 ? 나도 몰러.

남들이 날더러 배암장수라 그래.

 

그럼 배암이 무어냐~

살살 기어서 살모사냐, 아냐.

콕콕 찔러서 코브라냐, 아냐.

이거다 저거다 말씀 마시고*,

이 배암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저기, 애들은 가라, 너들은 가라!

집에 가서 아부지 오시라 그래.

 

자 이 배암을 대가리부터 쫙 훑어 내려가봐

중간에 뭔가 툭하고 걸리는 게 있을 것이여

이거이 무어냐 이거이 바로 배암의 물건, 사족이여 사족.

배암 사, 다리 족.

그럼 이 사족을 뚝 잘라 어데다 쓰느냐?

자 잘 들어봐,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찌게백반이여* 이거이.

 

자고 일어나면 사타리 새가 축축하신 분들,

밤마다 빤스끈을 잡았다 놓았다 하시는 분들,

오줌발이 뚝뚝 떨어져 신발이고 가랭이고  다 적시는 분들,

그런 분들 이거 한마리 갖다 고아줘봐 

이 배암을 먹고 전봇대 밑에 오줌을 누면 전봇대가 뽑혀.

전봇대가 뽑혀도 난 책임 못져.

거기! 애들은 가라! 너들은 가라!

 

소변을 보면 방댕이로 오줌이 질질 흘러내리는 아지매들,

그럴때 이거 서너 마리 푹 고아 잡숴 봐

요강단지가 깨지고 오줌발이 담장을 넘어!

이 배암을 먹고 자갈밭에 오줌누면 자갈이 팡팡 튕겨!

자갈이 왜 튀는지 알아. 다 배암 때문이야 배암.

 

 

달거리 끊긴 쩌그 저짝 아지매도 한번 잡숴봐 

개짐사러 약방 들락거리고 잘못하면 애도 들어서.

당췌 설줄을 모르는 할배도 한번 잡숴봐 

길가는 처자 치마속이 훤히 보여!

새벽마다 귀찬케해서 할매가 저~리 가라 그려.

 

 

허리가 부실한 남편 이 거 한번 갖다줘봐.

방구들이 내려앉아. 방구들이 왜 내려앉는지 알아, ~ 정력 때문이야 정력.

날아가던 새가 왜 떨어져. 다 정력 부족이야, 정력 부족!

애들은 가라, 너들은 가라!

마누라랑 눈만 마주쳐도 고개 떨구는 아자씨들,

아침마다 식은 밥 먹는 아자씨들,

함 잡숴봐, 내일 아침 밥상이 달라져.

 

~ 그럼! 이렇게 좋은 배암이 얼마냐?

말만 잘하면 공짜?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되는 겨.

공짜로 먹으면 효험이 없는 뱁이여

 

어제까지만 해도 두 장, 20만원 받던 거

오늘은 반으로 뚝 잘라 공장도 가격 10만으로 모셔.

10만원을 다 받느냐

오늘만 특별선전 봉사가격으로다가

앞집, 옆집, 뒷집, 이웃집 두루~두루~ 소개시켜 달라고

단돈 5만원에 모셔.

그럼 이 5만원을 또 다 받느냐?

에이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다시 딱 잘라 차비도 안되는 가격,

만원 짜리 두 장, 이만원에 드려.

 

그래서 이걸 다 드릴 수는 없고하여,

선착순 다섯분, 다섯 분만 모셔.

 

인천 앞바다 사이다가 떴어도 코푸 없으면 못마시는 법.*

자 왔어요 왔어. 배암이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달이면 달마다 오는 게 아녀.

 

*이 사설의 원조는 서영춘의 만담에서 따왔음. 우리나라 최초의 웃픈코미디언일 것이다.

**서영춘의 서울 구경의 한 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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