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시코쿠 오헨로길 14 - 돌탑 이야기

산 그늘이 되는 나무 2019. 6. 3. 23:29

시코구의 절집은 진언종 계열의 일반적 가람 배치를 따르고 있다.

일주문이 없는 산문(인왕문)을 지나면 종루가 있고, 본당 (본존불을 모신 곳)이 나오고 그 왼편 혹은 오른 편으로 홍법 대사를 모신 대사당이 있다.

별도의 당우가 본존불 이외의 불보살을 모신 관음당이나 부동당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납경소와 스님들의 거처가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도.

 

백제계의 1탑1법당, 경주의 불국사가  2탑1법당의 형식이라면 일본의 절집 (진언종계)에는 탑이 없다.

대신 2층 목조탑인 다보탑이 본당의 뒤편에 놓인다. 절집 마당에는 기능적 목적의 석등만이 덩그마니 놓여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탑 중심의 신앙이 불상을 모시고 있는 법당(본당) 중심으로 옮아갔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탑 중심에서 본존불을 모시는 법당 중심으로 변화되었음을 뜻한다.


그 와중에 보이는 탑들의 사진을 옮긴다. 그러니 엄밀하게는 가람배치에서 논하는 탑들은 아닌 셈이다.


쇼산지의 다보탑?

절집 마당에 조그마한 못이 있고, 못 가운데 탑이 놓여있다. 

사실 진언종계의 다보탑은 목조 2층탑으로 이 돌탑은 그것의 축소판으로 형상화한 꼴이다.



지장원 경내에 위치한 혈부동 고분의 5층 석탑이다.




탑이 귀한 동네이니 철탑인들 어쩌랴!

그리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3층탑 구경도 가물에 콩나듯이니.

은산사 경내에 있는 탑이다.

우리 탑과 달리 1층은 사각기둥인 반면 2층3층은 원기둥으로 되어 있다.




석탑이 아니긴하나 탑의 형식으로 相輪탱이 있다.

태룡사 경내에 있는 탑이다.



약왕사의 법당 옆에 놓인  보협인 석탑이다. 탑 머리의 네 귀퉁이가 솟은 형상이 이채롭다.

우리땅에서는 동국대 박물관에 국보로 한 점이 보관되어 있다.

그에 비하면 민무늬의 소박한 형상이나 시코쿠의 절집이나 묘지에 자주 보이는 돌탑의 꼴이다.




보협인 석탑은 비교적 흔히 보이는 석탑이다.

삼각사의 보협인 석탑이다.




동양대사당의 무봉탑이다.

벽암록에 전하기를, 황제가 선사 한 분에게 죽은 뒤에 무엇이 필요하신가고 묻자,

선사의 대답이 무봉탑이면 족하다고 하였다는 바로 그 탑의 모양이다. 

세상 어디엔들 있을 수 있고 또 무엇인들 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선사의 말씀은

이렇듯 모양과 형식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남아있다.



신봉사 절집 오르는 길의 탑이다.

항아리도 아니고 종모양도 아닌 조금 특이한 꼴을 하고 있다.




미곡사의 마애불과 보협인 석탑 그리고 오륜탑이다.

오륜탑은 묘탑으로 많이 놓여있어 절집 경내에서 보는 일은 드물다.

오륜은 우주를 구성하는 5개의 구성요소를 형상화한 것으로,

아래의 직사각 기둥부터 地, 원형 水, 삼각형 火, 반원형 風, 보주형 空을 뜻한다고 한다.




백봉사의 법수 구역에 있는 특이한 탑이다.

왼편은 오륜탑이나 오른쪽은 하승석과 마니륜탑이다.

아마도 하마석과 유사한 의미의 하승석과

마니륜을 올린 탑으로 보인다.




백봉사에는 13층 석탑이 절 산문 바깥에서 전망대 쪽으로 가는 길에 놓였있다.

시코쿠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진짜 석탑이지 싶다.

동탑과 서탑이 모두 아름다운 형상이다.





일궁사의 약사여래 탑은 탑이라 불러야 할 지, 혹은 석조감실이라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석당石幢을 언급해야겠다.

대개는 6각 기둥에 탑머리를 얹었다.

87번 절의 산문 옆에 놓인 석당이다. 기둥에는 흔히 경전을 새겨둔다.



탑과는 별개로 법수를 세는 정석 (뱃모양의 배경에 보살을 새겼거나 혹은 방자형)이나 석립탑은 다른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