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젤렉 개념사 사전 20 헌법, 송석윤 옮김, 푸른역사
입헌주의의 시작 - 혁명전의 용어
(북아메리카와 프랑스에서 두 성공적인 혁명으로 근대적 헌법들이 제정되었을 때와 같은 시기에 독일에서는) 자연법적 계약론은... 자연상태와 결별하고 국가로 결합하는 합의(pactum unionis)와 정부 형태의 확정 (pacturm ordinationis) 및 통치자에게 복종하겠다는 서명 (pactum subiectionis)으로 이루어진다. ...Verfassung계약과 기본법은 동일한 사안의 두 측면으로 보인다. Verfassung 계약이 그 과장에 치중하는 반면에 기본법은 그 생산물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Verfassung은 계약을 통해 형성되고 기본법적으로 규정된 국가의 정치적 상태이다...계약에 근거할 때 기본법ㅇ든 Verfassunhg이 통치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개정되는 것을 배제한다. "최고의 권력은 우선 이러한 법에 의해 발생하며, 법이 권력으로부터 기인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한 최고의 권력은......국가의 기본법에 대해서 권리를 갖지 않고, 오히려 이 점에서 개정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전체 국민이다." (107쪽)
명예혁명 이래 단수형의 영국헌법 British constitution은 확고한 관용어에 속하게 된다. 이 표현은 항상 국가 조직의 기본규정과 관계되는데......Blackstone에 따르면 "대중에 대한 일상의 억압"으로 "헌법의 핵심이 공격받지 않는다면 보통의 구제수단이 있게된다. 그러나 억압이 "헌법을 파기하고 정부의 근본을 전복하며, 또한 위헌적인 억압을 목표로 한다면, 인민은 저항권을 갖는다. (110쪽) 머지않아 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이 이 저항권을 그거로 내세웠다.
(영국에서 명예혁명 이후에 형성된 어휘 사용에 기대어,) 북아메리카...영국에서와 달리 여기서(식민지 정부형태 및 식민지 헌장)의 constitution은 성문의, 하나의 문서에 집약된 법 규범으로서, 국가 권력의 권한과 한계가 자신에게 기속되도록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모든 자유로운 국가에서는 헌법은 고정되어 있으며, 최고의 입법권은 그 권력과 권한을 헌법으로부터 가져오기 때문에, 그 자신의 기초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헌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111쪽)...첫째로 헌법은 문서로 기록된 것이어야 하는데, "헌법은...관념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존재성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라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질 수 없다면 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로 헌법은 정부에 선재先在하는 것이고, 정부는 단지 헌법의 피조물일 뿐이다. 한 나라의 헌법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구성하는 인민이 만드는 것이다. 셋째로 혁명적 경험 후에 헌법은 내용적으로 확장되어, 순수한 정부형태에서부터 인권의 형태로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것에까지 미치게 된다. 바로 그러한 인권의 보호에서 헌법은 이제 고유한 의미를 획득한다. (112쪽)
프랑스에서는...바텔이...constitution을 "공권력이 행사되어야 한는 방식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규율"로 정의했을 때 헌법과 법 규범은 처음 일치하게 된다. ...시에예스Sieyes...에게 있어서는 통치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책을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위임관계가 헌법의 조건이다. ...이에 반해 국민은 헌법이 없더라도 자연법에 의해 존재하며 항상 헌법 상위에 헌법제정 권력으로 존재한다. 국민은 헌법을 통해 통치임무를 배분하고 한계지으며 자신의 자연권을 보장한다. ...무니에Mounier는 ...헌법에는 질서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포함된다. "통치방식이 명백하게 표현된 인민의 의지로부터 파생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을 가지지 못한 것이며 단지 사실상의 정부만 있을 뿐이다....이 권위에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자의적이며, 전제적 권력만큼 헌법에 직접적으로 대립되는 것은 없다."......마지막으로 이 질서는 인권에 기초해야 한다....인권선언 제 16조에서 규범적으로 구속력있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지 않고 권력의 분립이 규정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지지 아니한다." (116쪽)
계약이론에 대한 반작용
헌법의 내용이 자연법에 적극 반응할수록 헌법의 계약적인 정당화를 더욱 유지할 수 없게 된다....만약 선택의 자유의 정당성에 대한 이익이 사라지고 대신에 하나의 특정한 규범적 헌법 모델을 관철시키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계약이론은 그 유용성을 상실하게 된다. ...
프리스Fries는 "모든 사회의 법적 관계는" 결합계약과 복종계약에 의하여 규정되는데, 사회의 구성원이 될지의 여부는 그 법적 관계를 감안하는 각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사회의 목적이 임의적으로 되는 즉시, 사회의 기본계약이 만민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사회가 형성된다. (127쪽)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국가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국가의 목적은, 정의와 부정의에 대한 결정적인 판단인 공적 법률을 제정하고 모든 사람으로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데에 충분한 권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은 불가피하게 공동체의 모든 사람에 대하여 효력을 가지고, ...여기에서 국가의 목적은 그 구성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가피한 법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동체의 목적을 규정하고 이에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합계약이 아니라 (불가피한) 법률의 명령이다.
헌법 투쟁의 시대
알텐슌타인은....모든 헌법의 개정은 "인간행위의 결과"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 뒤에는 인류를 더욱 진보하도록 주재하는 "섭리Weltplan"가 있다. 이러한 섭리 하에서 각각의 헌법은 "인류가 통과해야만 하는 하나의 단계인데, 이는 그것을 넘어서야만 하며...헌법의 가장 높은 이상은 헌법의 모든 조항 속에 진보의 가능성 뿐 아니라 진보의 유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133쪽)...헌법은 특정한 상태를 확정하지 않고, 오히려 미래를 향하여 열려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은 정부에 국한되지 않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원리 하에서 국가와 사회를 아우른다. (134쪽)
실질적 형식적 의미의 헌법
기술적인 차원에서는...국법학자들 사이에...헌법은 대상의 측면에서 국가형태와의 관련성이 특징이라는 점이 인정되었다. 모든 저자들은 '국가형태'를 최고 권력 담지자에 대한 규정('통치형태')으로 이해하고, 대부분은 또한 그 행사 형태('정부형태')로 이해한다. 후자에는 특히 기본권이 포함된다.
오스트만Ostermann은 "헌법은 국민(피통치자)에 대한 관계에서 주권자 (통치자)에게 귀속되는 권리와 기속력의 총체이다. 행정법은 통치자가 그에게 귀속하는 권리와 기속력을 피통치자에 대해여 행사함에 따라 있어야 할 그러한 법 규범의 총체이다." (149쪽)
자연법과의 결별
1848년의 혁명과 함께 헌법국가가 최종저기으로 관철되었다는 사실이 있었다....1848년 이후 <<자연법>>에서 상술한 "헌법론"을 서술한 아렌스Ahrens는 "그러나 계약은 단지 헌법의 생성 및 존속의 형식을 나타낼 뿐이고 헌법규정이 일반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확정된 이후에는 제정법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에 반하여 헬트는 계약이라는 범주가 헌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국가와 국가권력은 그 행사에 대하여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항상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이에 반하여 헬트Held는 국가와 국가 권력은 그 행사에 대하여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항상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 (153쪽)
1848년 이전에는 이성법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흠정헌법을 협약헌법으로 새로이 해석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제는 국가 권력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협약헌법을 흠정헌법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인다. (154쪽)
헌법의 실정화
가게른Gagern은..."우리는 독일을 위해 전체 국민을 위해 헌법을 창조해야 한다. 이 창조의 소명과 전권은 국민의 주권에 있다."..."새 헌법은 그것을 지니게 될 인민의 가장 내면적인 상태에서 나오고 그 뿌리를 국민적 견해와 요구에 두며 현재의 상황에서 가능한 것과 도달 가능한 것을 실현하고자 할 때에만, 새 헌법이 존속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1948년 이후 보수주의자들 역시 "만들어지는" 헌법을 점차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보수주의자들의 구호는 더 이상 헌법에 반대하는 투쟁이 아니라 "헌법의 개선"이었다. (155쪽)
권력관계의 표현으로서의 헌법
(자유주의는 이를 통하여 헌법의 실효성이 별 어려움없이 법적 효력만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인식에 이르렀다.)...로렌츠 폰 슈타인은..."헌법은 제정 법률의 법이 아니라 현실상태의 법으로붙너 형성된다." 이보다 앞서 생시몽은 (프랑스 헌법의 급격한 변화 이후) 문제는 정부형태라기 보다는 소유이며 소유의 "헌법"이 사회구조의 현실적 기초를 형성한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라살레는 요구와 현실을 비교하여...나라의 기본법으로서의 헌법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이들 나라에서 제정된 여타의 모든 법률과 법제도를 필연적으로 바로 현재의 상태를 만드는 활동하는 힘"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그는 "활동하는 힘"을 헌법 제정법에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권력들 속에서 발견한다.... "이는 즉 한 나라의 내부에 존재하는 사실적인 권력관계이다." 이로써 성문헌법의 승리를 통해 점차 밀려났던 이전의 상태적 '헌법' 개념이 규범적 개념의 배후로부터 다시 등장했는데, 이제는 사회경제적으로 논증되는 권력상태로서 엄밀하게 규정되었다.
또한 법적 헌법의 승리 역시 변화된 권력관계의 결과라고 보았다. (157쪽)
막스베버 Max Weber는 "헌법을, 명령을 통하여 공동체의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규정하는 공동체 내의 사실상의 권력 배분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158쪽)
근본 질서 또는 부분 질서
자유주의자들에게 헌법은 전입헌주의적 국법과의 완전한 단절을 가쟈온다...라스커는..."군주의 모든 권능은 권력의 완전성으로 인한 결과였다. 헌법이 그 완전성을 극복함에 따라 그 권능들이 흘러나오는 원천은 완전히 막히게 되었다. 헌법은 군주에게 국가 복리가 요구하는 권능을 새로이 부여해야 했고," 그 직후 "군주의 권능은 헌법의 실정법적 창조물이 되었다." (158쪽)
반대로 보수주의적인 국법학은 바로 그러한 단절을 직접적으로 부정하고 국법적 연속성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헌법은 제한하는 영역 질서로 나타난다... 헌법전은 신민과 관련된 한에서만 제정법이며, 군주의 권한관계를 규정하는 한에서는 제정법이 될 수 없는데, 이는 제정법이 항상 국가 안에서의 어떤 인격이나 권력을 전제로하고 이러한 인격이나 권력은 법 제정의 대상 위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보른하크Bornhak에 의해 개념화된..."공화정은 오직 헌법을 통하여, 그리고 헌법과 함께 법적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만, 군주정은 국가 인격의 존재를 항상 이미 전제로 한다....그 결과 "공화국 최초의 헌법은....공법의 유일한 기초이지만....입헌군주제 헌법은" 이에 반하여 부분 질서일 뿐이다. (159쪽)
헌법과 실정헌법의 동일성
1870년 돌일 카이저 제국 성립 이후...독일 국법학은 기존의 국가가 사후에 헌법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가 헌법이라는 토대위에 세워진다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162쪽) 다수의 국법학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사실적 헌법으로 소급한다. ...국가와 헌법은 필연적으로 서로 결합되어 있으며, 헌법이 필연적으로 법질서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가 존립하기 위하여 필요로하는 최소한의 헌법을 충족시키기에는 국가 통일체를 유지하는 사실상의 힘의 존재로서 충분하다." (163쪽)
헌법에 대한 국가의 우위
독일 시민계급은 1848년의 사건을 통하여 자신의 힘으로 국민적 통일을 달성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부가 국민국가를 자신의 과제로 삼았을 때 비로소 국민국가 탄생하였다. 또한 1848년의 경험으로 인해 군주국가의 지원 없이는 밀고 들어오는 프롤레타리아를 막을 수 없다는 공포가 생겨났으며....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의 빛깔이 바래고 헌법은 이제 방어적 기능을 맡게된다. (160쪽)...이러한 태도를 법적으로 표현하면 널리 확산되던 헌법과 법률의 동일시였다. 헌법 또한 모든 일반 법률처럼 그에 선재하는 국가 권력의 발현인 것이지, 국가 권력의 기초는 아니다. (161쪽)
규범적 헌법의 종말
헌법의 핵심은, 독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정치 공동체의 통일성과 총체성을 지니는 살이있는 不文의 질서이다. 이러한 헌법은 정치 현실에 대한 척도로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헌법의 형식적 성질에 좌우되지도 않는다. (170쪽) 오히려 비형식성이야말로 "기본질서가 경직되지 않고 끊임없이 살아있는 운동 속에 머무르게 하는" 전제조건이다. "새로운 헌법 질서의 본질은 죽은 제도가 아닌 살아있는 기본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171쪽)
전망
헌법은 비국가적 세력이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는 만큼, 정치적 지배력의 행사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요구권을 상실하게 되고, 부분 질서로 내려앉는다. 이 연구를 통해 얻어진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변화가 인식되는 정도에 비례하여 법적 헌법의 기반이 되는 정치-사회적 헌법의 중요성을 다시 증가할 것이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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