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것을) 사물화하기 reification>은 <사람이나 추상적인 개념을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는 정신적 행위>를 뜻한다.
우리는 우선 한 시스템 내의 변이를 추상화하여 중심경향선의 척도(예를 들면 평균값)로 삼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추상적인 값을 사물화하여 평균값을 구체적인 <사물>로 만드는데 있다.
그리고 평균값 그 자체가, 어디론가 움직여 가고 있는 실체라고 해석해 버린다. (경향에 대한 설명, (주2) 63쪽)
진보에 대한 주장은 경향을 어디론가 움직여가는 하나의 실체로 생각하는 진부한 사고의 전형적인 예다. (자연선택의 핵심, 203쪽)
사물의 분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플라톤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하나의 이상형이나 평균을 그 시스템의 <본질>로 추상화하고 전체 집단을 구성하는 각 개체들의 변이를 무시하거나 평가 절하하고 있다. (65쪽)
다윈 혁명은 자연의 참 모습을 파악하는 중심범주를 본질 대신 변이로 대체한 것이다. (67쪽)
다윈 혁명은 인류의 오만함이 뿌리째 뽑혀
생명이란 예측 불가능하고 방향이 없다는 진화론의 명백한 의미가 이해될 때,
그리고 다윈적 지질학적 연구를 진지하게 고려하여
호모 사피엔스는 거대하고 풍성한 생명의 나무에 엊그제 돋아난 작은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그 나무가 다시 씨앗으로 뿌려진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숙지할 때
비로소 완성 될 것이다. (오해와 편견에 포위된 다윈, 50쪽)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가 주장하는 내용과 별개로, 혹은 바로 그 지점이겠지만,
제목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스티븐 제이 굴드가 들었다는 아래 답변이 나 역시도 감명적이었다.
"그렇게 행성간 또는 은하계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킨 사회는,
기술적 역량이 사회적 또는 도덕적 제약을 뛰어넘어 파괴를 부르는
위기의 시대를 잘 극복한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접촉해 오는 외계 문명이 없는 것을 볼 때
그런 위기를 아무런 상처없이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에 대해서, 312쪽)
저자가 인용하는 [종의 기원] Origin of Species 마지막 문장은 [풀하우스]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정해진 중력의 법칙을 따라 이 행성이 끝없이 회전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생물종들이
진화해왔고, 진화하고 있고, 진화해 갈 것이다."
There is grandeur in this view of life, with its several powers,
having been originally breathed by the Creator into a few forms or into one;
and that, whilst this planet has gone circling on according to the fixed law of gravity,
from so simple a beginning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and most wonderful have been,
and are being evol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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