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쪽 (184쪽) <193쪽>
"제가 생각하고 믿는 바에 따르면,
흙.공기.물 그리고 불, 이 모든 것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신의 개입에 의지하지 않고> 하나의 큰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이는 마치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거품과 같은 것이 바닷물에 부딪혀 마치 치즈처럼 엉켜 있다가)
그 속에서 구더기가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속에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구더기들이 태어나서 인간이 되었지요)
이 구더기들은 천사들입니다.
한 지고지선한 존재는 이들이 하느님과 천사이기를 원하였고........"
(이 구더기들 중에 가장 강력하고 현명한 것은 하느님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복종하게 된 것입니다.)
이미 [베다]에서 언급한 인도의 신화에 따르면
우주는 그 기원이 우유의 응고와 비슷하게
창조주들이 휘저어 놓은 태초의 응고된 바닷물에 의해 덮여 있었다고 한다. (194쪽)
(102쪽)
서품식과 성사는 신부들을 더욱 살찌운 하나의 '사업'이고 '발명'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착취를 기초로 건설된 거대한 구조물에 대항해서
메노키오는 성령이 모두에게 있음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평등할 수 있는,
기존의 종교와는 다른 종교를 구상한다......
한 방앗간 주인은 자신의 마음 속에
하느님이 모든인간에게 나누어준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109쪽)
이러한 주장은 16세기 이탈리아의 농촌이
모든 형태의 종교적 혼란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에 전개된 논쟁들의 주제와 용어들을
가시적으로 반영하는 장막의 뒤편에는
서로 상이하고 보다 고전적인 전통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세게들을 거치면서도
결코 모두 지워지지 않을 농민들의 믿음의 토대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110쪽)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오래된 농민들의 믿음이 종교개혁의 와중에서 수면위로 부상하였지만
사실은 종교개혁 보다 훨씬 오래된 농민 급진주의의 자치주의 노선이라는
자율적 조류에 합류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179쪽)
이 당시 카톨릭 교회는 두 개의 전선에서 투쟁하고 있었다.
한 편에서는 반종교 개혁의 여러 도식에 저항하는 신구의 지배 문화에,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중문화에 대항하여 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197쪽)
(메노키오의 이야기에서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독특하고 심오한 문화의 꽃이......)
단순하게 기록문헌들을 통해서 여과된 반응만이 아니라,
구전문화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색다른 문화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종교개혁과 인쇄술의 보급이 필요하였다.
소박한 방앗간 주인은 전자의 덕분으로 교회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감히 말할 수 있었으며
그리고 후자의 도움으로 마음속에서 숙성되고 있던 모호하고 불분명한 세계에 대한
자신의 명확하지 못한 견해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즉 언어를 소유하게 되었다.
치즈와 구더기를 읽으며 저자가 언급하였던
'16세기 전반에 특히 강했던 종속 문화와 헤게모니 문화 상호간의 순환적 교류' (서문, 31쪽)와 또한 메노키오의 답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알려진 도식에 적용되지 않'는 '민중신앙과 불분명한 농민신화에 속하는 층위' (서문, 39쪽)는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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