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26

시코쿠 오헨로길 16 - 일본 법당의 공간 구성

우리네 법당은 열려있다. 딱히 큰스님과 친분이 없더라도 옆문짝 하나 밀고 들어서면 수미단 위에 부처님이 앉아계시고 우리는 늘상 보단에 우리의 고민들을 하나 둘 얹어 놓고 나온다. 가벼워진다. 그리고는 밝다. 법당의 내부가. 그냥 한 채의 살림집같은 절집이다. (최근 한 큰 스님을 뵈니, 일본 법당이 오히려 전통적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전의 모습과 관습을 보존하고 있다고. 내전의 단이 높고 승려만이 접근 가능한 구조를 이름이다.) 열리거나 닫힌 게 어느 쪽이 더 좋다거나 하려는 게 아니다. 다름을 얘기한다. 시코쿠에서 만나는 일본의 절집과 한국 절집과의 문화적인 차이를. (나의 이런 분석은 엄밀한 과학도 학문적 접근도 아닌, 그저 나의 느낌이다.) 시코쿠 순례길에 만나는 일본의 절집은 '집'이 아니다. 집 ..

시코쿠 오헨로길 15 - 오백 나한을 만나러 가는 길 (5번절집 지장사)

5번절 지장사의 뒤편으로는 (소위 오쿠노인, 奧の院) 오백나한을 모신 오백나한당이 있다.4번절에서부터 헨로 길을 들기에 따라서는 지장사 본당보다 5백나한당을 먼저 만날 수도 있다.이후 66번절 운펜지와 75번절 선통사에서도 석조의 등신대 오백나한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은 최근의 조성으로 보여졌다.) 여기 5번절의 나한은 실물 크기의 등신대 목조조각이라는 점이다.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은 실제로는 약 200분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사실 우리의 절집에서 5백나한이 조그마한 조각상으로 모셔져 있기에 이러한 실물 크기 등신대의 나한을 보는 일이 드물고 또 조금 충격이었다.해서 여기 몇 장의 사진을 옮긴다.   나한을 모셨기에 본존불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구쪽에 있다. 양쪽에 협시보살로서 문수보살, 보..

시코쿠 오헨로길 14 - 돌탑 이야기

시코구의 절집은 진언종 계열의 일반적 가람 배치를 따르고 있다.일주문이 없는 산문(인왕문)을 지나면 종루가 있고, 본당 (본존불을 모신 곳)이 나오고 그 왼편 혹은 오른 편으로 홍법 대사를 모신 대사당이 있다.별도의 당우가 본존불 이외의 불보살을 모신 관음당이나 부동당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납경소와 스님들의 거처가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도. 백제계의 1탑1법당, 경주의 불국사가 2탑1법당의 형식이라면 일본의 절집 (진언종계)에는 탑이 없다. 대신 2층 목조탑인 다보탑이 본당의 뒤편에 놓인다. 절집 마당에는 기능적 목적의 석등만이 덩그마니 놓여있는 경우가 태반이다.이는 탑 중심의 신앙이 불상을 모시고 있는 법당(본당) 중심으로 옮아갔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탑 중심..

시코쿠 오헨로길 13 - 인형들의 땅

쇠락하는 마을을 거쳐가는 길에 인적이 드물었다. 빈집은 인간의 그것과 닮아 함께 낡아가고 있었고,그나마 마당을 채우는 꽃은 봄을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연은 해를 바꾸어 청춘을 회복한다지만,필멸의 인간에게는 그런 자연의 회복이 부러울 뿐이다. 시코쿠를 걷는 동안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인형들을 만날 수 있어적으나마 위로가 되었다. 길손들을 반겨주는 인형들.....

시코쿠 오헨로길 12 - 기차요금 이야기

시코쿠 순례를 시작하자면, 인천공항에서 다카마쓰까지 이동한 후 기차로 다카마쓰 역에서 반도역으로 가게된다. 통상 반도역에서 오헨로길을 시작한다. 1번 사찰이 역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차요금을 얘기할 차례이다. 경로로 보면 다카마쓰 (高松) - 이타노 (板野) - 반도 (板東) 까지 이동한다. 사실 다카마쓰에서 반도까지는 완행 보통열차가 몇 차례 있기는 하나 시각을 맞추기도 어렵고, 길손으로서는 시간도 아껴 얼른 시작하고 싶기에 급행을 끊었다. 급행의 경우 반도역에 서지 않아 중간 기착지로 이타노까지 끊은 것이다. 다카마쓰 (高松) - 이타노 (板野) : 급행 이타노 (板野) - 반도 (板東) : 완행 보통으로 끊었었다. 철도 안내원에게 부탁하여 승차권을 끊고 기차에 올라보니 기차표는 이랬다. 다..

시코쿠 오헨로길 11 - 마을에 울려퍼지는 범종 소리

양평 상원사 동종이 왜종이라 하여 국보가 취소되었다. 오래전의 일이다.상원사 동종의 짝퉁 논란에 대한 신문기사도 있고하여 일본 범종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시코쿠 길은 흥미로왔다.특히 우리와 달리 일본 절집에서는 순례꾼이 절집 들머리의 동종을 타종하여 자신의 예불참석을 법당에 또 본존불께 알린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인근 마을에는 조금 불편한 노릇일 것이다. 기사와 문헌 상으로만 본 일본의 종모양에 대해서 시종 궁금하였는데, 마침 彌谷寺의 툇마루에 동종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해서 양평 상원사의 동종이 딱히 짝퉁이라 그러기도 그러하고, 아니그러기도 그러한 상황이라고 밖에. 오대산 상원사 동종 양평 상원사 동종 일본 시코쿠 미곡사 동종 종 모양 명색이 국보인..

시코쿠 오헨로길 9 - 꽃밭에서

이제는 꽃밭을 잃어버린 시절이다. 노랫말 속에 올해도 피던 과꽃이 보기 드물어진 것은 오래 전의 일이거니와,꽃밭 가득 핀 꽃을 좋아했던 누이들이 꽃밭에서 아주 사는 일도 없어졌다. 시코쿠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꽃밭,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꽃밭이었다. 밭에 남새와 더불어 꽃을 키워내기에 꽃밭이란 단어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다. 꽃을 봉헌하고, 그 꽃을 밭 한쪽에서 키우는 사람들,시코쿠에서 만날 수 있는 꽃밭이었다.

시코쿠 오헨로길 8 - 도장값

집 뒷산을 거쳐 절집을 다녀옵니다. 약사불을 모신 법당보다, 절집 서편의 지장보살을 먼저 찾습니다. 이제는 그 어딘가의 삶으로 환생하셨을 아버지를 빌기 위함입니다. 복이 되는 밭이라는 복전함에 천원 짜리 한 장 넣어 봅니다. (어느 스님의 말씀따나 불교를 그리 싫어했다던 이황이 그려진 지폐입니다.) 이제 법당에 들러 약사불을 찾습니다. 영혼의 평화와 세상이 정의롭고 따스해지기를 빕니다. 동편의 산신당에 올라 우리네 절집에 스며든 산신과 혼자서 깨우쳤다는 독각할배도 뵙습니다. 일본의 절집에는 유난히 지장보살이 많습니다. 육(六)지장보살도 많습니다. 우리보다 기복적 성향이 강합니다. 기복이야 우리네가 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야 기복 뿐이겠지요. 여튼 절집에 들러 납경장이란 스탬프북에 도장과 手印 (묵서..

시코쿠 오헨로길 7 - 바닷가에 던져놓은 인간의 저항

부럽다.저런 다양한 모양의 블록을 바닷가에 던져둔 사람들....해안공학을 하는 사람이면 알지,테트라포트 이외에 이런 저런 모양의 파도저항 블럭을 놓는게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저런 것이 일본의 힘이라 생각든다.다양한 파도저항 블럭을 시험하고,또 그것에 예산을 투입할 줄 아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그런 창의성에 점수를 준다는 것, 정말이지 너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