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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관룡사 돌벅수

서울 사람들한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내의 고향 경남 창녕은 꽤나 알짜배기 문화유산 답사를 할 만한 곳이다. 절집 관룡사의 대웅전과 약사전이 그러하고, 절집 입구의 돌문과 풍광이 좋은 담벽이 그러하다. 고건축 구조하는 이들에게는 이 절집의 대웅전과 약사전은 귀한 건물일 것이다. 기둥위에 포을 얹어 커다란 맛배지붕을 받치고 있는 이 건물은 구조적으로는 정중동의 함의를 절로 깨닫게 해주며, 그리하여 신행하는 이들을 안정시키는 위의를 보여준다. 하지만 내게는 절집을 지키고 있는 돌벅수가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 이 할아범 벅수와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 뻐더렁니는 여전한데...... 그 곳 창녕에 갈 일 있거들랑, 만년교라는 무지개 돌다리(어려운 한자말로 '홍예'라 그런다)도 둘러볼 일이다. 풍..

1973년

1973년 끝도 없이 오르고 싶은 전봇대에 저녁 까마귀 높이 따라 오르고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는 으레 수염 난 포수가 핏기 묻은 참새를 팔았다. 한 차례 퉁퉁 기적 소리 울려 기억의 흔적 쓸어내며 기차가 지나가버리면, 팽나무 그늘이 넓은 공장의 공터에 찬 바람 하고만 놀 수 있었다. 오후의 햇빛 아래 배고픔은 부서져 나간 붉은 벽돌담으로 낡아있었고, 코쟁이 미군들이 주는 소빵을 닮은 기와지붕 국민학교 운동장엔 아이들이 종일토록 밀가루에 취해 떠날 줄을 몰랐다. 마을 초입의 늙은 은행이 베어져 그늘 아래 장기 두던 할배들도 사라지고 새마을 노래가 우리들의 진따기 고함을 대신하였다. 이미 「오징어 달가지」 놀이에서 잡아 놓지 않은 무엇이든 가서 빼앗아 와야 한다는 걸 배웠고, 등을 태우는 오후의 땅따먹기에..

우동 한 대접

우동 한 대접 참으로 귀한 음식이었던 그것이 이제는 흔하디 흔한 음식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새록새록 추억 속으로 떠난다. 입학식이 있던 날의 외식이거나 졸업식날의 점심이거나 하던 짜장면과 함께 가락 국수 한 대접에 대한 추억 속으로. 무시무시한 파출소와 무기고 철조망을 뒤로하고 철길 옆에 경화반점이 있었다. 반점이라는 게 여관의 뜻도 함께 하나, 그 집이 여인숙도 같이 하였던가는 기억에 없다. 다만, 옆집에 여인숙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던, 반점이라니, 이 얼마나 사치스런 집이름인가? 뗏놈이라고 불렸던 그집 주방장은 (사실은 화교가 아니라는 소문이 많았다) 우동 하나는 기가 차게 말았는데 속풀이 술국으로 아버님이 자주 드셨다. 하여, 양푼 주전자를 들고 철길을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