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167

보령 성주사지 벅수

성주사지 벅수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보다도 벅수의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잊은 듯 세상을 바라보는 저 벅수의 모습은 낡은 것들의 무게를 함께 버텨온 세월의 힘이 있다 달리 내세우지 않아서 좋은 오랜 친구의 얼굴을 하고선 누가 파먹은는지, 귀때기엔 공구리를 바르고도 벅수의 얼골은 웃음상이다. 내 어머니의 손등인 양 가슴 아린다.

내장산, 돌감나무, 겨우살이 그리고 구름

내장산 입구의 절집, 내장사. 감나무의 붉은 감도 절집 사정이 궁금했는지 한쪽으로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비닐로 문풍지를 덧댄 요사채에는 절집 사람들의 인적도 끊기고, 마당에 감로수만 조용히 흐른다. 초겨울의 하늘에 알알이 박힌 붉은 감으로도 색을 잃어가는 가을을 늦추진 못한다. 단풍이 모두 져 버린 날을 택해 내장산에 오른다. 서울의 엊저녁 짓눈깨비가 여기서는 눈발로 날렸는지 산의 북쪽 언저리에는 잔설이 여전하다. 겨우살이 풀들이 나무에 매달렸다. 나무는 제 수액을 뺏기고도 말이 없다. 아픈 것인지, 친구삼는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빨간 열매를 단 붉은겨울살이도 매달렸다. 초겨울의 하늘에 구름이 색다르다. 제트기가 지나간 흔적인지.....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되었을, 젊..

원숭이 구경

초등학교때였나, 이웃 동무네 집 나무에 원숭이가 있었더랬다. 월남에서 돌아오신 동무 외삼촌이 가져왔다던 그 원숭이는 전쟁의 잔인한 피냄새를 지우기에 충분했다. 동물원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깡촌에서 유일하게 야성의 원숭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적이나마 행운이었다. 개목걸이를 차고 나무타기를 하던 그 원숭이는 그후 어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해피엔딩은 아니었을 거라는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싱가폴 원숭이 사진을 올린다. 서울 대공원의 철창 우리 속에서보다 훨씬 깔끔한 모습이다. 바나나를 주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람으로부터의 감염도 그렇지만, 먹이를 저 스스로 찾지 않는 원숭이는 새끼를 돌보지 않게된다는 이유도 있다하니. 해서 얘들은 항상 나뭇잎새 밑을 뒤집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