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167

알제리 제밀라의 바람 The Wind at Djemila

까뮈의 표현따나 바람이 부는 계곡과 태양이었다. '제밀라의 바람' 첫줄은, "정신이 죽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정신의 결여가 이룩하는 진리가 일어날지니." 나 또한 제밀라에서 바람과 태양 아래에서였다. 해도, 나는 로마시대 뒷간에서 세상의 시름을 저 바람에 던져두고 진리를 찾아가진 못할 것이다. 천상 세속의 사내인가? Albert Camus THERE are places where the spirit dies so that a truth may be born which is the spirit’s very negation. When I went to Djemila there was wind and sun but that must wait. What has to be said first is that a gr..

티파자에서의 결혼 Nuptials at Tipaza 까뮈의 문학비 앞에서

티파자에서의 결혼 알베르 까뮈 봄철에 티파자에서는 신(神)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野生)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을 한다. 어떤 시간에는 들판이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두 눈으로 그 무언가를 보려고 애를 쓰지만 눈에 잡히는 것이란 속눈썹가에 매달려 떠는 빛과 색채의 작은 덩어리들뿐이다. 엄청난 열기 속에서 향초(香草)들의 육감적인 냄새가 목을 긁고 숨을 컥컥 막는다. 풍경 깊숙이, 마을 주변의 언덕들에 뿌리를 내린 쉬누아의 시커먼 덩치가 보일락말락하더니 이윽고 확고하고 육중한 속도로 털고 일어나서 바다 속으로 가서 웅크려 엎드린다. In the spring, Tip..

방글라데시의 기억

방글라 데시 다카 (Dhaka) 시내의 한 음식점. 이국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현지인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장식입니다. 음식점 주방의 풍경입니다. 케밥 바베큐 조리 장면. 다카 시내의 한 라운드어바웃 (Round About) 입니다. 공작새 장식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릭샤 (Rickshaw) 라는 탈 것. 쿨나 (Khulna)라는 지방도시의 풍경입니다. 뒷쪽으로 City Inn, 여관이라는 이름의 호텔이 있습니다. Cycle Rickshaw와 Auto Rickshaw가 같이 있는 새벽 풍경입니다. 이름 없는 포구에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있습니다. 뱅갈 만에서 조금 들어온 강의 하류입니다. 그물을 손질하는 모습들. 우리나라 깻단 추수 모습 같은 이것은 막대기에 염소나 양의 배설물을 핫도그처럼 입혀서 말린 ..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동강-수철 구간에서 만난 목장승

지리산 둘레길 금계에서 의중 마을을 지나 칠선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약 2km 지점에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있다. 변강쇠와 옹녀가 벽송사 인근에 살았다고 하여 [가로지기 타령]의 무대가 된 곳이라 이 목장승은 각별하다. 더구나 변강쇠가 장승을 뽑아 군불을 때다가 동티가 나서 죽었다는 이야기와 연결되었으니. 걷는데도 힘들었나 보다. 카메라가 흔들렸다.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그 산까지 가서 마애불을 보지 못하였다면, 나는 참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천황사지에서 구름다리를 지나서 천황봉을 찍고 구정봉을 지나 도갑사로 내려가는 산행길에서. 구정봉 아래에서 샛길로 500m라는 거리는 그리 멀게 느껴지는 거리는 아니지만, 일행들과의 시간차이는 왕복 1km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 마애불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다른 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고, 그 다른 날은 언제고 내 생애에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해서 도갑사 절집아래 버스에서 기다릴 일행에게는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조금은 욕먹을 생각을 하고 용암사터의 마애불을 찾아 나섰다. 비례가 맞지 않음은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때문인가?, 싶지만 오히려 보는 데 부담이 적었다. 선명한 조각에서 연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