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167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3 수도승의 양말 이야기

생활의 처음은 '의식주'의 '의'이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이야기가 있긴하지만, 먹는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일단은 가죽을 걸쳐야 하는 인류의 숙명을 생각한다면야, 입는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아마도 육조 혜능이 홍인으로부터 넘겨받았다는 의발이 이랬을라나. 순례자의 양말은 이쯤의 누더기라야 아름다울진저.그대 길을 떠난다면 옷을 기울 수 있는 바늘과 실을 준비하라. 물집을 터뜨리는데만 쓰지말고. 무슨 쿨맥스 발가락 양말이라고 샀건만,금새 구멍이 나버린 통에 압박붕대로 덧대어 기웠다. 아쉬운대로 10여일 이상을 다시금 버텨 주었다. (물론 2번 덧대기는 하였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2 야곱의 조가비, 빛내림

노오란 가리비  조개껍질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이야 단연 노란색 가리비이다.산티아고는 Saint iago 그리스어 성 '이아고보스' 에서 왔을 터지만, 야곱의  순교 후에 그의 시신이 바다에서 건져올려질 때 그의 몸을 감싼 것이 가리비 조개라고 전설은 전한다.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처럼.하기야 우리의 버전으로야  죽었던 심청을 감싼 것은 연꽃이질 않던가.그것이 어이 없는 심봉사의 찌질함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나의 경우에는 산티아고 데 깜포스텔라 Campus Stella에서 마지막 단어 스텔라Stella에 꽂혀있다. 나는 그저 별빛 뿌려진, 별들의 들판을 보고팠다.별....단테의 별이 그러하고, 칸트의 별이  그러하고,빈센트 반 고흐의 별과  루카치의 별이 또한 그러할  것인데,다른 하나의 별을 그곳에..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1 영혼을 울리는 종소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징하게도 많이들 걷고 있었다.어떤 숙소를 들어가든, 한국사람 십여명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나같은 불교 신자도 오지 않았나, 이곳에. 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한국인이 왜 이렇게많이 산티아고에 오는가, 였다. 나의 대답은, 영어로 올곧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인들 특유의 문화적 쏠림의 따라쟁이 문화와, 약간의 혹은 지나친 과시 혹은 우월감-그것은 거만함의 완곡한 표현이다-을 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답변해주었다. 등산 이외에는 국가에 어떠한 기여도 없는 한국의 중장년 문화가 한 몫 했을지도. (그러나 이것은 청년들이 걷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대학생이거나 혹은 일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온 친구들......의외로 젊은이들이 많은 이 길에서 나는 한 국가의 절망을 ..

Porto의 Ponte Luiz 1 - 뗏목은 강을 건너면 뒷 사람에게 가지 못한다

Ponte Dom Luiz 다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포르투는 가볼만 한 곳이다. 저 철물의 장엄함은 뉘어 놓은 에펠의 탑 모양으로 아름답니다. 구조상 아치의 상부는 철도교, 하부는 인도교 형식이다. 다리의 이름표, Ponte Luiz I. 와인 동굴 길 쪽에서 본 장면이다. 기차가 지나간다. 강변에는 와인통을 ..

桂林山水甲天下,玉碧罗青意可参

계림은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평원에서 바로 이어진 둥근머리 산은 흔히보던 풍광이 아니어서 낯선 이채로움을 볼 수 있을 듯 해서였다. '옥같은 계림의 산은 푸르고 비단같은 이강의 강물은 파랗게 물들어' 살아 계림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 죽어 신선이 되기보다 낫다고 했다던 중국 문인들의 얘기를 확인하고 싶기도 한 터였다. 시종 흐린 날씨 탓에 풍광의 활기를 느끼지는 못하였지만, 내 생애 첫 중국여행이었다는 점에서, 또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조금은 일깨울 수 있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정이었다. 한자는 참 이쁘다. 그림을 글자로 옮겼던 그네들의 직관과 통찰이 아름답다. 개괄한다는 것은 사실주의 미학의 한 끝이 아니던가. 참, 달에 있다는 계수나무는 실컷도 보았다. 총림의 나무, 용수나무는 ..

장흥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가기는 비로자나불을 보러 갔으나 기억은 절밥만 남았다.절밥이 참 맛나는 곳, 장흥 보림사.근년에 공양 절밥 중에 최고로 칠만하였다. 인도에도 가지산이 있다 그러고, 중국에도 있다 그러지만, 여기 장흥에도 가지산의 보림사가 있다. 이 아름다운 석탑과 석등이 국보로 지정되었다. 최근 사찰의 기계식 석탑과 대비된다. 보륜의 개수가 서로 다름이 이상하다만. 아름다운 비로자나불 좌상이다.주물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있는 철조불이지만목각의 느낌이 묻어난다.국보급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아름답다. 절집 뒤편으로 가을이 내렸다.산사의 가을은 웅숭깊다.

페낭 (3) - 노반선사를 기리며

공학자라면 마땅히 노반선사를 모신 사당에 참배해야한다. 토목공학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노반선사는 기계공학자로 추앙되기도 한다.하긴 대륙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할지도.) 뿌리를 어딘가에 두고 있다면 그곳으로부터의 처음을 잊지않을 일이다. 피낭의 love lane에서 만나는 종려나무섬의 사랑 피낭섬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