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절집 마당에 들어서면 늘 손을 씻으셨다. 우리네 절집의 초입에는 으레히 약수물이 졸졸거리는 절구통이거나 물확이 놓여있기 마련이어서, 이래저래 절집을 들어서면 손을 씻기 마련이었다. 목을 축이는 것은 덤이고. 그런 풍경은 일본의 절집에서도 보게된다. 우리와 달리 일주문이 있는 경우는 드물고, 또 사천왕을 두루 모신 곳도 드물다. 인왕문에는 두 분의 천왕을 모시고 커다란 짚신짝을 걸어두었다. 아마도 홍법대사의 순례길 상징이지 싶다. 산문을 올라 이제 경내로 들어서면 우선 정수(淨水)에 손을 씻는다. 그 물바가지나 또 걸려있는 수건이 늘상 깨끗한 상태가 아닐지라도. 대부분 졸졸거리는 상태로 마실 수 있기는 하겠지만 입을 헹구어내는 정도일 것이다. 연후에 종루에 가서 타종을 한다. 불자가 왔음을 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