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167

방글라데시 단상 -1- 배고픔에 찌들면 꿈을 꾸지 못한다

한 나라의 가난이 어디에서 연유하는가를 살펴보기에는 나의 시각이 편협할 수 있겠지만, 방글라데시의 가난을 두고 하는 얘기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인프라를 초과하는 인구의 과밀, 불공정한 관료와 정치체제, 국제적 수탈구조, 반복되는 자연재해 등이다. 이미 자본의 욕망에 잠겨버린 사람들은 자동차나 릭샤(力車)를 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숫자가 도로나 인프라의 허용을 초과한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하기야 어딘들 그런 재앙이 없으랴만, 바로 그런 재앙을 방글라데시에서 본다. 우리의 경우에는 이런 서민적 ? 욕망 이전에 - 양반계급이나 권력의 자기 재생산의 기반을 위해 - 인프라가 가외 효과로 구축되긴 하였지만. 한국의 성장 동력이 다했다라는 나의 판단은 여기 방글라데시를 쳐다보면서 더욱 또렷해진다...

충주 신흥사 고려나한 네 분

나한님을 보는 일은 늘 즐겁다.완성된 자로서의 일자 부처를 보는 일보다는 수행정진하는 모습을 더 좋아하는 탓일 것이다.절집의 고려나한은 네 분으로 단청을 입혔다. 배치를 앞쪽으로 하여 좀더 세밀히 살필 수 있었으면 했는데,또 어느 신도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기부로 조성한 나한을 앞에 두고자 했음인지 모르겠다.귀한 나한이니 뒤쪽에 꽁꽁 숨겨둔 건 아닌가 하는 위안을 해본다. 이 나한님만이 콧수염이 없다. 가장 젊은 다문제일 아난존자일지도.... 여기 충주 신흥사는 용왕기도처가 있다. 소위 기도빨이 먹히는 곳이란 의미이리라.나는 어머니가 용왕 멕이는 치레를 보아왔던 탓에 절간에 있는 이런 석간수 기도처를 그리 불편해 하지는 않는다. 아닌게 아니라 새로 조성한 나한 한 분도 용 한 마리를을 끼고 계신다.이래저래..

이천 영월암 마애불

영월암 절집 뒤편의 돌팍에 부처님 한 분이 그린 듯하다.부처라고 하였지만 민머리 삭발모습이니, 이 절집의 다른 나한존자님같이 이 분 역시 나한님이라는 설도 있다. 새로 조성한 비로자나불 뒤편으로 광배와 연화좌대가 보인다.마침 문화재청에서 깨끗이 세정한 덕분에 물기가 배어 광배에 남아있는 문양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화불좌상과 펼친 연꽃모양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연화좌대의 연꽃 모양도 그러하다. 세속의 믿음에는 세속의 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꼭 그만한 자연 암반을 실내로 들였다. 터를 발견하는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아 고맙다.스님 말씀에는 마루 바닥을 위한 저 흙바닥에는 숯을 묻었다고 한다. 모두 좋을 수는 없는 것인가? 좌대를 앉힌 저 기단석은 재질은 달라 어색하다.무릇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을 챙기는 ..

충주의 쇠붙이 부처를 찾아가는 길 (1) - 백운암 철조여래좌상

암자가 정갈하기가 짝을 찾을 수 없는 백운암,쇠붙이 부처님은 조용히 앉아계신다.저 손등은 누군가의 기원으로 반질반질하다.여기 백운암의 저 철불과 충주 대원사의 철조여래좌상, 단호사 철조여래좌상과 함께 충주3철불로 불리운다. 절집의 장독간은 더없이 깨끔하다. 요사채에 비추이는 가을 볕... 해우소 가는 길에 화살나무는 고운 옷을 갈아입었다. 빨래 횃대에는 집게 몇 걸려있는 한가로운 오후다. 댓돌에는 스님의 신발만이 자리를 지키고.

시코쿠 오헨로길 15 - 오백 나한을 만나러 가는 길 (5번절집 지장사)

5번절 지장사의 뒤편으로는 (소위 오쿠노인, 奧の院) 오백나한을 모신 오백나한당이 있다.4번절에서부터 헨로 길을 들기에 따라서는 지장사 본당보다 5백나한당을 먼저 만날 수도 있다.이후 66번절 운펜지와 75번절 선통사에서도 석조의 등신대 오백나한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은 최근의 조성으로 보여졌다.) 여기 5번절의 나한은 실물 크기의 등신대 목조조각이라는 점이다.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은 실제로는 약 200분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사실 우리의 절집에서 5백나한이 조그마한 조각상으로 모셔져 있기에 이러한 실물 크기 등신대의 나한을 보는 일이 드물고 또 조금 충격이었다.해서 여기 몇 장의 사진을 옮긴다.   나한을 모셨기에 본존불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구쪽에 있다. 양쪽에 협시보살로서 문수보살, 보..

오백나한님들의 서울 나들이

춘천 박물관의 영월창령사지 오백나한님들이 서울 나들이를 하셨다기에 다녀왔습니다.그저 우리의 모습을 하고 계신 나한님들은 종교의 본뜻이 세속의 초월이 아니라 세속에서의 평화와 안식임을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는 가르침입니다.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 자신을 닮아있는 나한님들을 뵐 수 있어 좋았습니다.거居하되 그 속에서 물들지 않음이, 경계를 허물고 세속에서 실천하는 참모습일 겁니다.영월 창령사지 오백나한님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한 가닥 풍경소리입니다. 대답은 이미 그 물음 속에 있다고 하네요......

돈 키호테 : 편력기사가 되어 떠날 수 있는 그대는 행복할진저

2014년인가 알제리의 알제를 갔던 적이 있다. 그곳의 한 호텔 뒷편으로 세르반테스가 갇혀있던 혹은 포로생활을 했던 곳이었다고 들었다.어딘가 찍어둔 동굴 사진이 있을텐데......찾지를 못한다. 대신 알제의 호텔 가는 인근 도로의 벽면을 옮긴다.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곳 역시 하루를 묵었던가 어쨌던가 하면서 세르반테스의 얘기를 들었었다. 해적에게 붙잡혔을 때인가? 나의 기억이란.당시의 오랑은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었고, 오랑까지도 오스만제국과의 전장이었다. 역사는 그 당시의 오랑을 레판토 해전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래, 돈 키호테를 읽어보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그러고도 이런 나의 계획은 다시 몇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스페인 남부를 돌아볼 적에, 톨레도를 하루 코스인가로 ..

시코쿠 오헨로길 14 - 돌탑 이야기

시코구의 절집은 진언종 계열의 일반적 가람 배치를 따르고 있다.일주문이 없는 산문(인왕문)을 지나면 종루가 있고, 본당 (본존불을 모신 곳)이 나오고 그 왼편 혹은 오른 편으로 홍법 대사를 모신 대사당이 있다.별도의 당우가 본존불 이외의 불보살을 모신 관음당이나 부동당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납경소와 스님들의 거처가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도. 백제계의 1탑1법당, 경주의 불국사가 2탑1법당의 형식이라면 일본의 절집 (진언종계)에는 탑이 없다. 대신 2층 목조탑인 다보탑이 본당의 뒤편에 놓인다. 절집 마당에는 기능적 목적의 석등만이 덩그마니 놓여있는 경우가 태반이다.이는 탑 중심의 신앙이 불상을 모시고 있는 법당(본당) 중심으로 옮아갔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탑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