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보電報를 보내지도 전신電信을 보내지도 않는 시절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이름은 전봇대라 불린다. 궁금하지 아니한가, 저 놈을 어떻게 세울까는? 높이가 다른 대나무 다릿발을 조금씩 걸쳐 올리며 전주는 세워진다. 한쪽에 굴착기가 있긴 하지만 저건 가까이에 공사장이 있어 가능한 것이겠고, 반대편에서도 사람 여럿이 줄을 당겨가며 전주를 세운다. 당기는 끈의 위치는 역학적인 선택에 의해 길이의 1/3 지점이다. 역시나 바닥에서의 1/3 지점에 짧은 대나무 다릿발이 있다. 이런 장면에서 역학을 읽는다는 것은 쟁이의 한계이다.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그대는 경제관념이 있는 것이겠고. 도구를 사용하여 노동하는 인간의 노력은 경이롭다. 사람이 가장 싼 나라에서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