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167

페낭 (2) 세월의 흐름을 견디고 선 것들의 장엄함

피낭에서 천상 엔지니어다. 저 풍광보다 수면 위로 휘돌아 가는 돌줄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류제 형식을 띈 이 구조물은 아름다왔다. 풍채좋은 사내의 몸무게보다 살짝 무거운 크기로 화강암 계열을 보도블럭처럼 잘라내어 반수중의 뚝방을 만들고, 이 뚝방이 부지로 들어오는 파도를 막음과 동시에 발전소의 뜨거운 배출수를 가두어 흐르게한다. 옛 공학자의 손맛과 경험이 녹아든 아름다움이 세월을 견디고 있는 모습은 후배 기술자의 눈을 틔우고 가슴을 뜨겁게한다. 호사라고 할 밖에. 작은 디테일로 세월의 흐름을 견디는 것들에는 장엄함이 깃드는 법인가? 오래도록 기억될 만하다.

페낭 (1) - 흙그릇 닭밥 Clay Pot Chicken Rice 의 기억

2000년이던가, 얼추? 쿠알라룸푸르의 중앙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곧잘 사먹었었다. 맥주 마신 뒤끝이었다. 우리식으로는 남대문 시장 바닥 쯤이었을거다. Clay Pot Chicken Rice. 손잡이 자루가 달린 흙 그릇에 밥을 깔고 (안남미일 경우가 많았다) 그 위에 간장 양념된 닭고기를 얹어, 화덕의 센불로 구워내는 음식이다. 현지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던 나의 입맛에 그 중 맞았었다. 하긴 인이 배기면 닭밥도 그리워지긴 한다. 그 이후로 KL을 여러번 들렀지만 그 노변가게와 흙그릇 닭밥은 찾지못하였다. 이제 피낭의 로컬식당에서 그 메뉴가 있어 시켰는데. 예전의 그 맛은 아니었다. 내 입맛이 변했을 지도. 해도 십수 년만에 비슷한 맛이라도 보았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시간이 허락한다면, 주말에는 ..

남도 세 절을 밟을 양이면-선암사, 송광사, 흥국사

남도 세 절을 밟을 양이면, 마땅히 선암사가 으뜸이다. 매화꽃 이울진 자리를 이어 겹벚꽃이 분분한 즈음, 봄의 절집은 향연 그 자체이다. 선암사 홍교는 내를 가로지르는 반달을 걸어두어 내 마음이 다 환하다. 조계산 너머에는 승보도량인 송광사가 있어 짝을 이룬다. 우화각 무지개 다리에는 뭇 중생의 소원을 담은 연등이 물무지개로 떴다. 신선이 되는 공덕이 저 다리 한 번 건너기로 될까마는, 무엇이 되든 되고픈 것이 있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 공부 아닐런지. 해서 육조 혜능은 조계산으로 왔을지 모른다. 내쳐 흥국사로 간다. 흥국사 무지개 다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절집은 무질서하여 옛맛을 잃었고, 대웅전은 중수공사로 나와의 인연은 멀다. 다만 묵묵한 저 무지개 다리만이 지난 밤의 빗줄기를 기억한다. 흐르는 것..

봉천동 마애불을 찾아서

원래가 너무 가까이 있는 것들에게는 소홀한 법이다. 봉천동 마애불을 곁에 두고도 찾지 않음은 그러한 소이일 것이다. 연꽃대좌에 연봉오리를 들고 앉았으니 멀리 서쪽에서 오실 부처를 그리는 마음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저러나 왜 이 골짝에 미륵을 새겼을까? 조금 위쪽의 약수터 바위는 신기 줄줄이 흐르는 굿당이 있었을 지 모르는 일이다. 관악산 마사토가 습한 기운이 깃든 곳에 촛불 신당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수 해 전이었으니.

고성 건봉사의 능파교를 찾아가는 길

지난주 강원도 고성의 건봉사 능파교를 찾았습니다. 무지개 다리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구요.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곳까지 오는 일은 없었겠지요. 세상은 그 존재로서가 아니라 관계로서 의미를 갖나봅니다. 덕분에 내 가슴 속에 다리 하나 놓입니다. 바로 인근에 더 이쁜 무지개 다리를 놓치지 않음은 인연이겠지요. 육송정 홍교도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무언가를 이어준다는 것은 세상의 큰 공덕일 겁니다. 피안으로 건네다주는. 그 자체가 반야용선일지 모릅니다. 절집을 내려오는 소로에 이름없는 다리가 애잔합니다. 이름모를 석공의 솜씨일지나 조그만 돌팍에서도 따스함이 묻어납니다. 손자를 데불고 절집을 오르던 할머니의 흰고무신이 겨울볕 아래 눈부실 듯 합니다. 크다고 큰 공덕의 다리가 아니듯 작다..

청동기 시대의 주술

청동기 시대는 주술의 시대였던가?  권력과 종교가 일치했던 행복함의 때였던가?별을 보고 걷던, 또 걸어갔어야만  할루카치의 소망이었던가?  태양 아래  청동 태양면을 흔들던 무당을 보고 온 하루!우리네 청동기는 달빛으로나 설명할런지?  그 흔한 면경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나는  항상 그 청동 거울의  면경이 긍금했는데.  아나톨리아 박물관에서, 내가 놓쳤든지....더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