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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상에 부쳐

내 생애의 하루에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될 줄이야. 그러나 이 소식의 이면에 나는 조금 씁쓸하다.망쪼가 들었단 밖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 여기 이곳에서,그런 망쪼의 흐름을 3년정도 늦춘달까. 좋을 일도 더 나을 일도 없는 땅에서,그이의 수상 소식이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나,문제는 그런 것들이 유도하는 곡해의 와류에서누군가는 희망을 변곡점을 보려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한국문학이 세계문학도 아니려니와깊은 사유와 철학적 기반의 산물도 아닌 한에서,이 역시 자본에 몰입된 문화적 천박함을 가리는잠시간의 허상으로 작동할 것이기에 그렇다. 내가 모비딕을 읽었을 때,미국문화가 유럽을 넘어섰다고 느꼈던그런 전율이이제 그이의 글을 밀어왔던 또 그리고 앞으로 밀고 나갈 많은 이들의 글에서오늘을 자양으로 삼아 ..

꽃에라도 물들지 말라

산 그늘이 산빛을 떠나야 산을 넘듯,꽃그늘 꽃을 지난 자리가 서늘하다.  새들 날아오른 가지는 새를 찾아 그리워 하지는 않아,꽃도 꽃가지를 떠나야 가을을 맞는다. 남겨 새겨진 것들엔 상처만 깊으려니,그저 노을 흘러가는 강물로만 같아라. 그대, 꽃에라도 물들지 말라. 먼 길 닿는 저녁이면꽃물 든 가슴에는  별빛조차 아리다.

단산(斷産), 사회경제적 질곡에 대응하는 생물학적 응답

사회적 질곡이라면 또 모를까, 사회경제적 질곡에 대한 생물학적 응답이라.....말을 해 두고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그러나 인간행위로서 사회 경제적이란 상위개념을 도입한다 한들그것이 인간 생물적 행위의 결과이고 보면,생물학적 반응이 응당히 있어야 할 것이란 데 또한 동의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단산, 그 끊어냄을 통한 디플레이션으로서의 방향성,그것이 경제적 현실에 반응하는 생물학적 응답의 한 형태일 것이다.지금 여기 이 땅에서는.

김용호, 주막에서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酒幕)     그    수없이 많은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빗긴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엔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오래된 시 한 편을 옮긴다.마산 사람 김용호의 시편이다.탁자옆에 놓인 소금독의 왕소금이나마 안주 삼아잔술을 먹어본 이만이 알 수 있는 허..

장만옥의 보온 국수통 - 화양연화에서

홍콩에서 생활한 적은 없지만, 싱가폴의 문례(文禮)동 생활은 꽤차 한 지라,저 장면은 익숙하다. 런닝만 입은 노점장터에서 국수를 팔고있는.사실 국수이기 보다는 그 다음 장면에서 양조위가 먹고 있는 완탕수프일 가능성이 높다. 여튼 스탠리 빛깔의 햄머톤이 낡을수록 아름다운 저 국수통 때문은 아니겠지만스탠리의 죽통, 써모스의 죽통, 에스비의 죽통 그리고 또 몇 가지의 죽통을 가지고 있다. (손잡이가 없다는 게 흠이다.)한 번도 요즘말로 테이크 아웃을 한 적은 없다지만. 저 처연함이 묻어나는 장면, 슬프다 못해 아름다운 장만옥의 뒤태가 가슴아픈 계단 장면,흔들리는 보온 국수통은 늘상 우리 삶의 모든 때와 곳의  자락과 다르지 않을 터이다. 아버지 술국 심부름으로 양은 주전자에 우동국물을 받아오던 기억이 묻어난다..

양양 진전사지 3층석탑, 속초 신흥사의 무염無染스님의 나무부처님

양양 들른 길에 진전사지를 찾았다. 국보 122호 진전사지 3층석탑이 있는 곳이다. 남북국시대 신라의 석탑전형을 따른 듯하다. 겹벚꽃은 아직 봉오리가 덜 여물었지만, 수령이나 수형이 자못 당당하여 세월의 무게를 일러준다. 아래로부터 살펴보자면 지대석 위의 하대석에는 비천상으로 보이는 8 부조물이 조각되어 있으며, 상대석에는 8부신중이 조각되어 있다. 나의 눈에는 가릉빈가와 건달파 정도가 정도가 보일 뿐이다. 그위 1층 탑신에는 각 방향에 4면불이 새겨져 있다. 수인으로 보거나 하면 약사불도 보이고, 아미타불도 보이는 정도이다. 비례가 좋아 안정감이 있으나 상륜부는 도난되었거나 혹은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비례가 깨어진 그 부분이 아쉽다. 저 정도의 조각을 새길라치면 공덕주의 쌀가마니 꽤나 들었을 것이다...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은 아니지만....흙벽 망루 혹은 Watch Tower

인간의 욕망은 좀더 높은 곳에서 타인의 욕망을 지켜보는 것일 겁니다. 싸움의 한 때, 저 곳은 전사들의 형형했던 눈빛이 별빛 같았을 곳일런가, 혹은 잠시 숨을 고르고 등 뒤의 가족을 생각하던 곳일런가. 이제 대부분의 망루들은 흙벽을 다시 바르고 예전의 모습을 알기 어렵습니다. 새로이 놓이는 도로에 걸린다고 어딘가로 다시 옮겨 지어져 본래의 곳과 뜻을 잃었습니다. 때로 비가 오는 날이 있긴 합니다. 중동의 한 곳이라 하여도. 그럼에도 저리 낡아 세월을 버틴 망루를 보는 일은 즐거움입니다. 본래의 곳과 뜻의 자리인지는 쉬 알기 어렵지만 그저 저리 버틴 세월을 보는 것은 늘 즐거움입니다. 세상 낡아가는 것들에게 영광이!

사우디 리야드Riyadh의 휴일-박물관 옆 옛 흙벽집

1월 하순에 도착한 리야드에서 이제 완연히 더위를 느낍니다. 오후 1시께 출발하여 1시간 반의 거리를 걷는데 힘에 부칩니다. 그래도 이리 마음을 내지 않으면 저 오래된 흙벽집은 나의 기억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해서 흙벽집 하나를 보러 길을 나선 참이었습니다. 사람도 오랜 시간 후에는 스러지는데 흙벽집인들 아니 그럴까요. 그래도 전통적 구조양식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대부분의 문화재?가 보수되어 제 모습을 읽고, 예전의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 여기 사우디의 현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