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61

어쩌다 여기까지-울산도시계획평면도

1943년의 도시계획도면 한 장을 들여다본다.대륙 침략의 병참기지로서의 구실을 염두에 두고 작성되었겠지만,그보다는 불하할 땅을 팔아 남길 이득에 더 큰 관심을 두었겠지만,나로서는 이 도시계획도에서 도로의 폭, 33m, 22m, 18m, 15m를 그어둔 스케일이 부럽다.1943년의 시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고,(그러한 사적인 계획이 공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는 저들의 판단도 그러하다. 얼추 10차선을  넘어서는 셈이니.) 인구 50만을 계획한 스케일 또한 부럽다. (일본의 도시화가 꽤 일찍 시작된 탓도 있을 것이다.)일본인 헌병대 출신의 기업가 이케다 스케타다(池田佐忠)의 매축(埋築, 매립) 계획안이다.이 계획안은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개념적으로 복제생산 된다.(좀 더 적확히는 당시 일본이 건설한 四日市(욧..

'더 데이스' 후쿠시마 원전사고 드라마에서

원전사고와는 별개로 아시아적 (이렇게 표현하면 아마도 중국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일본과 한국만이 해당될지도), 혹은 일본적 문화현상을 드라마 속에서 몇 가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왔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결코 다를 수 없는 그 현상이 원전 사고의 수습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 가 나의 질문이다. 1. 매뉴얼, 문서에 의한 관리 장면 장면마다 문서에 의한 관리가 진행됨을 볼 수 있다. 종이쪽에 기반한 관리는 인간의 암기력이나 관행이 아니라 사고의 순간에 원래의 설계자가 깊이 고민하고 또 반복 훈련에 의해 개선된 내용이 담기게 된다. 우리 같으면 아마도 모든 걸 외우고 있는 (혹은 외우고 있다고 믿어지는), 혹은 관성에 따르는 인물을 회의석에 앉혔을 것이다. 드라마 내내 모여있는 기술진들은 문서들..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나는 엄밀히 박정희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 시절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이다. 이러저러한 신화의 시대를 겪기는 했었다. 이제 그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쯤은 하고 넘어가야 할 책임이 있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온 것만은 또한 분명하다. 1. 모든 신화는 한 인간에 대한 시간축적의 산물이다. 박정희의 독재가 짧았더라면 그 신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왕정시대가 아닌 다음에야. 밤에는 씨바스리갈을 마시더라도 (이 술에 대한 평가만은 나와 일치한다. 소주 같은 쌉쌀한 맛이 있긴 하니까.) 낮에는 논두렁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 그것이 곧 신화가 된다. (오랜 기간이라면) 모진 인간일지라도 때때로 사람처럼 보이는 순간 때가 있다. 어쩌다 한 번 쯤은..

후쿠시마 방사성오염수의 희석방류를 보면서

이전의 어느 글에서도 얘기한 것이지만, 한국 원전론자들이 당연히 찬성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발생했을 때도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동일하게 선택하고 행동했을 터이므로. 그보다는 그런 바탕 위에서 원전을 지지하고 있으므로. 짚을려면 우선 첫 단추부터. 1. 방류가 최선의 '과학적' 선택인가, 이다. 그냥 싼 방법의 하나이다. 공학적 기술적으로 채택되었다는 뜻이다. 과학이 아니라. 일본이 검토한 다른 대안들을 들여다 볼 일이다. 비싸긴 하겠지만. 핵은 원래 비싸니까. (원전론자들이 무어라 얘기하든.) 2. 현재의 방사성 오염수의 수집이 '과학적'인가, 이다. 동결벽체를 구성하여 인접의 지하수로부터 분리시켜 (이는 오염수의 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방책이다.) ..

시코쿠 오헨로길 25 - 찰소 (札所)

시코쿠 길을 걷다 보면 일본식 한자로 씌여진 안내판 등을 보게 된다.우선 우리네도 사용하는 용어부터 정리하자. 寺刹 : 사 寺는 절집(사)이나 관청 (시)을 뜻한다. 원래 자형은 발(止)을 손(又)으로 떠받들고 있어 모신다는 의미라고 한다.          찰 刹은 범어 刹多罗 산스크리트 क्षेत्र (kṣetra, “land, domain”)에서 온 말로, 역시 절집을 의미한다. (참고로 내가 곧잘 사용하는 '절집'이란 표현이 불교를 낮추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당우'나 '전'이란 한자를 쓰면 높임이 된다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그러고 '집'이란 '짓다'로 표현되는 언어의 아름다운 원형이다.) 걷다 보면 만나는 표지판 등에는札所 (찰소, ふだしょ )라고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처음..

중세문화이야기, 존 볼드윈 지음, 박은구, 이영재 옮김 -고딕, 신의 집을 짓는 지상원리, 적정비와 아름다움 그리고 신적 빛과 조명

중세문화이야기, 존 볼드윈 지음, 박은구/이영재 옮김, 혜안 제1장 정치적 배경 1259년 ...영국 군주와 프랑스 군주의 영토를 재정립하는 협약을 체결하였고, 13세기 중엽에 왕실령에서 확보된 이러한 정치적 평화는 (25쪽) ... '프랑스의 심장부이자 평화의 땅'이었던 몽에리Montlhery성은 프랑스 왕국의 정치적 안정을 의미하는 상징이었다. (26쪽) 이 정치적 과업의 위대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중세 유럽이 겪었던 정치적 경험을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우구스투스의 승리(BC 31)로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죽음 (AD181)에 이르기까지 유럽인들은 지금까지 누린 적이 없었던 지속적이고도 오랜 평화를 누렸다. 그러나 3세기가 되자 내부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여 4세기에는 야만족..

나의 카메라 이야기 18 - 삼성 미놀타 Hi-Matic S

어쩌면 디자인은 단순함에서, 그리고 덧 올려진 기능의 간결함에서 그 생명을 얻는다. 익숙하되 질리지 않는 다른 쪽을 보여주는 듯한 그런 단순함. 삼성 미놀타의 그것은 1978년인가의 시간을 지나와서 지금도 여전히 새롭다. 무슨 이유로 부분 부분 플라스틱으로 설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벼움을 얻었으되 무언가는 잃었으리라. 삼성정밀(엄밀히는 삼성)의 로고가 붙은 minolta HI-MATIC S모델은 당시 300대 생산이었다고 알려져있다. (그게 이 고장난 카메라의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뒷면의 시리얼만 보면 302082. 300대 중의 몇 번 째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당시 판매가가 9만원대였다고 한다. (나는 그즈음 아사히 펜탁스를 25만 원 들여서는 원 주인의 요청으로 돌려준 적이 있다. 당시 평균 ..

우도에서

섬마을을 급하게 돌아 나온 갯바람이 잠시 숨결 고르듯 나의 그리움도 그러하리 감물 맛이 묻어나는 우물 언저리 당산목에 걸려있는 가오리 연은 꽁지를 잃어 따스한 겨울비 한 자락으로 잊혀지리니 행여 청각 향 썰물 속으로 밀려나 그대에게 가는 길 아득해지면 햇살아래 맑은 깻돌로 드러난 아, 언제고 너의 마당으로 맨발로 뛰어들던 나는 못내 열일곱의 파도

술국

자박자박 철둑길 간다 - 술국 한 줜자 사 온나. 개똥 옆에서도 쇠뜨기 풀자락 성성하고 비름풀 오도독 먹빛 퍼덕이는 밤길 토악질 눌러붙은 침목을 하나 둘 밟아 주전자 가득 가락국수 국물 철벙이며 경화반점 중국집 다녀오던 길 큰 곰 작은 곰 술국자 같은 별을 헤면서 예전의 걸음으로 따라서 가다 보면 이제는 술 끊으신 아버지 대신 화차는 멀리서 꺼이꺼이 술 트림이 잦다. *1998년의 어느날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먼길을 떠나시기 전이다. 경화반점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철길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밀포드 사운드

2016년. 뉴질랜드 남섬의 남쪽. 단어 Sound는 피요르드 fjord 지형을 일컫는 고대 영어와 노르웨이어 sund에 기원을 두고 있는 말이다. '소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보통은 빙하로 깎인 하구 지형을 말하는데. Sound자체는 좁은 물길, 특히 두 산덩어리 사이를 지나는 물길을 일컫는다. 밀포드 사운드는 유럽의 바닷표범 포경선장인 John Grono가 웨일즈 지방에 있던 유사한 지형 Milford Haven을 따라서 지은 이름이라고 알려져있다. 이걸 뒤늦게 포스팅하는 까닭은 여기에 트레킹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일부 구간만을 걷거나 하였는데. 이제 제대로 걸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