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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초룸까지 (7) 초룸 박물관

2015년의 사진첩을 간략히 정리해봅니다. 이런 기둥 쯤이 있어야 느낌이 살지, 石柱는 광장을 지킵니다. 터키의 중부 북쪽 마을 초룸 박물관 모습니다. 석관 토기는 부서져 모양을 겨우 갖추었지만 색감은 정말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청동기, 주술과 권력의 상징일 겁니다. 저는 단지 앞쪽까지만을 좋아합니다. 이런 순진무구한 조각이 보고픈 걸 겁니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초룸까지 (3) 앙카라 아나톨리아 박물관

앙카라 박물관, 정확히는 아나톨리아 박물관은 튀르키예 전역의 문화유물을 옮겨놓았다.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히타이트 제국 그리고 그 이후까지. 두 번에 걸쳐서 꼼꼼히 다녀왔다지만, 나의 무지까지는 어쩌지 못한다. 사진은 많지만 그냥 이 정도에서 그친다. 마음의 기억이 눈의 기억보다 오래간다, 고 믿어본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초룸까지 (1) 인연-히타이트 제국의 흔적을 따라서

BBC가 선정한 20세기 영화 100편에는 터키 영화 한 편이 올라와 있다. Once upon a time in Anatolia (2011)이 그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과는 달리 나의 여행은 나중에라도 가보기 힘든 곳, 북쪽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은 청동기 문명에 대한 나의 애틋함 혹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에겐 문명과 문자 이전의 그림과 기호로만 인식되는 땅으로 가보고 싶었다. 해서 그 흔한 소피아 성당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당연히 이즈미르 Izmir 와 안탈리아 Antalya 역시 다른 날을 기약한다. 2015년의 어느날이다. 히타이트 제국의 흔적을 따라서 갔던 날은.

시코쿠 오헨로길 17 - 육지장보살 (六地藏菩薩)

시코쿠 순례길에는 우리와 조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그것은 6 지장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입적 후 미륵불이 오시기 전인 이른바 무불(無佛) 시대에 육도(六道:지옥·아귀·축생·수라·하늘·인간세상의 여섯 가지 세상)의 중생을 구원하기 전까지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는 원을 세우신 분이다. 그런즉, 늘 유혹과 욕망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게 되는 분이시다. 자현스님의 유튜브 설명을 빌자면, 이런 분은 늘 가까이 있기에 소위 기도빨이 빠르고, 또 마지막에 성불할 터이니, 우리들 각자가 먼저 성불하게 되어 우리들 누구든 지장보살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시코쿠의 경우, 대부분의 지장보살은 모자를 씌어두었다. 가족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모양이다. 늘 우리 곁에서 바쁜 ..

박규리 시인의 '치자꽃 설화'를 읽으며

『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2004) -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

여승(女僧)

징, 징이 울린다  산 자의 소리에 놀라 떠엉떵 땅이 찢긴다서낭대 흔들려 싸리비 같은 서늘한 그림자훑어가는 굿마당 하야니 버선코가 달뜬다지상의 명주 질베는 파도를 일어목단꽃 함박꽃 용선을 밀어가면쩌어억 숨막히는, 슬픔도 아닌 것들의 물색이 깊어지고           기쁨도 아닌 것들이 또한 하늘가 먹먹해지면고깔 아래 숨소리 더욱 가쁘다 나를 잊었느냐, 너를 잊을까나 묵었던 소리에 살아나는 예의 날들살아 용서하지 못할 것들이죽어 되일어나 얇은 또 마른 입술로  달싹이는별도 달도 저의 자리를 찾아가는자시(子時) 무렵 이슬 머금은 바람은 사락사락 망각의 상흔 위에 나리고비손 치성차림 하이얀 떡살 향이 층층이 아롱지면머언 먼 강으로 건너가는 사람의 그림자 외려 짚멍석 빈 자리에 푸른 새벽으로 닿는다청마루에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