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 흔히 인터넷 상의 시해설에서는 이 시를 제삿날과 연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제삿날의 불빛은 양반네들이 논길을 따라 등롱(燈籠)을 들고 큰집을 찾아가는 늦은 밤 시간대이고, (예전의 제사는 자정을 지나 지냈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