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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다시 읽으며....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 흔히 인터넷 상의 시해설에서는 이 시를 제삿날과 연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제삿날의 불빛은 양반네들이 논길을 따라 등롱(燈籠)을 들고 큰집을 찾아가는 늦은 밤 시간대이고, (예전의 제사는 자정을 지나 지냈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페르낭 브로델 - (5) 문명의 작물, 인간의 물질생활과 정신 생활을 조직하고 문명의 결정주의를 행사한다.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일상생활의 구조 상, 주경철 옮김, 까치 제2장 일상의 양식 : 빵 15-18세기에 사람들이 먹는 기본 음식은 주로 식물성 음식이었다...단지 칼로리 수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경제적 결정을 한다면 똑같은 면적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목축보다 월등이 유리하기 때문이다....곡물이냐 고기냐의 선택은 인구수에 달린 것이다. 이것이 물질 문명의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이다....어떤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곧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그를 둘러싼 문명과 문화에 대해서 말해준다. (135쪽) 어느 한 문화에서 다른 문명으로 들어가는, 즉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통과해 들어가는...여행자는 음식이 크게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136쪽) 유럽인들은 전체..

방글라데시 단상 (13) - 제조업, 중국에 의한 의문의 1패

한 나라의 산업구조는 고등학교 시절의 지식에 기반한다면, 흔히들 농업, 제조업, 금융 및 서비스업의 순서를 따른다고 알려져 있다. (범죄 역시 이러한 트랙을 따른다는 것도 기억해둘 만 하다. 한 사회를 바라볼 때에.) 인도도 그렇다고 알고 있지만, 여기 방글라데시 역시 제조업 기반이 빈약하다. 그렇다면 제조업 기반의 전제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단순히 공장을 생각한다면 (산업자본의 축적과 투자라는 개념을 제외하고도) - 절대적 빈곤층, 소득 불균형, 저축 개념의 부재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따라줄 때 저축은 손해일 수밖에), - 교육 인력의 수준 및 공급 부족, - 공장 그 자체를 위한 인프라 (전기 및 운송) 및 공업용수의 문제 등이 이야기될 만한 거리이다. 물론 여기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대부분이..

방글라데시 단상 (12) - 전봇대를 세우는 방법

이제는 전보電報를 보내지도 전신電信을 보내지도 않는 시절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이름은 전봇대라 불린다. 궁금하지 아니한가, 저 놈을 어떻게 세울까는? 높이가 다른 대나무 다릿발을 조금씩 걸쳐 올리며 전주는 세워진다. 한쪽에 굴착기가 있긴 하지만 저건 가까이에 공사장이 있어 가능한 것이겠고, 반대편에서도 사람 여럿이 줄을 당겨가며 전주를 세운다. 당기는 끈의 위치는 역학적인 선택에 의해 길이의 1/3 지점이다. 역시나 바닥에서의 1/3 지점에 짧은 대나무 다릿발이 있다. 이런 장면에서 역학을 읽는다는 것은 쟁이의 한계이다.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그대는 경제관념이 있는 것이겠고. 도구를 사용하여 노동하는 인간의 노력은 경이롭다. 사람이 가장 싼 나라에서의 풍경이다.

용왕 미이

흔히 표준어로 '용왕먹이기'로 옮겨지나, 어머니의 표현따나  '용왕미이'였다. 곧잘 '용왕미이로 간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미이다'는 경상도 사투리로 '먹이다'에 상응하긴 한다.)그러나 '먹인다'는 말은 낮춤말로서, 치성물을 진설하고 용왕에게 바친다는 점에서는 맞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용왕막이>용왕맥이>용왕맥이기>용왕먹이기>용왕미이기 등으로 음운적 유사성과 의미의 전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정월 보름의 새벽달을 밟아 어머니는 바닷가가 아니라 개울의 처음으로 올라가셨다. 경화동 동방유량을 끼고 흐르던 개울의 처음에는 작은 샘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검정 찰흙을 캐어 미술시간 준비를 하곤 했다.)소금과 생쌀, 삼색 나물과 북어포, 초와 축원 소지 등을 준비하여 소쿠리를 이고 앞서 가시..

이어도사나 - 해녀 노 젓는 소리

음운학에 문외한이긴 하다. 다만 현재 우리 민요의 채록 내용이 일부 못마땅하기에 몇 자 적기로 한다. '이어도사나' 노래에서 우선 섬 이름 '이어도'라는 해석은 지나치고 의심스럽다. 현재의 개념으로 과거를 덧칠한 듯한. 일종의 과도교정의 현상일지도. 이 해석은 뒤에 덧붙여진 것으로 보이고 원래의 뜻은 '섬'이 아닐 걸로 보인다. (참고로 도서(島嶼)의 섬(島)은 늘 물위로 땅이 솟아 있는 곳을, 서(嶼)는 밀물때 물에 잠기고 썰물에만 나오는 바위땅인 여를 의미한다. 암초(岩礁)의 암(岩)은 늘 물위로 솟아 있는 바위를, 초(礁, 暗礁)는 밀물에서는 물에 잠겼다 썰물에서 보이는 바위를 의미한다. '이어도사나'를 이'여'도 해석하든, 이어'도'로 해석하든 어느 쪽이든 의미 과잉으로 생각된다.) 노랫말은 '이..

방글라데시 단상 (11) -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

중학교 때쯤이던가? 학생중앙 부록으로 딸려온 세계의 명화 명대사집에 실려 있던 내용이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e sorry. 잘못된 오역의 사례이기도 하다. 사랑은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지 않는 것' 쯤이 바른 번역일 것이다. 어느 영화에서 상대에다 대고 "You are sorry."라고 말하는 걸 나는 본 적이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험이 많은? 한 사람에게 나는 방글라데시인들이 하는 영어의 '시제'를 잘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벵골어에 시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내게 해외 경험이 없느냐고 묻는다. 영어가 짧은 것은 아닌지, 라고 묻는 것이다. 글쎄다. 짧다면 짧다. 그러나 내가 이런 '기대하는' 시제를 잘못 알아듣는 이유는 아..

둥당애 타령 - 건넌방의 저 선비는 공부만 하다 말 일인가

둥당애 타령 - 무안군 삼향면 임성리 후치 마을 /* 서사가 둥당애 타령에 얹혀있다. 둥당애다 둥당애다 당기 둥당애 둥당애다 /*며늘애기 사설 앞지둥은 참쇠지둥 /* 광주 MBC에서는 "참새"로 옮김 뒷지둥은 무쇠지둥 /*기둥은 시댁의 가산 상태 혹은 남성성일 수 있다. 지둥보기가 더 서럽네 /*철주 기둥으로 살림이 어렵지 않으나 며늘 구박이 심하다. 밥바꾸리 옆에 두고 생배골은 내 설움아 /*눈칫밥에 생배를 굶은 설움 양념단지 옆에 놓고 맨밥먹는 내 설움아 에라 요것 못하것다 갈강호무 손에 들고 사래 질고 장찬 밭에 /*사래가 길고 長찬 밭에 - 한자 홑글자와 한글을 붙여쓰는 것이 예전의 어법에서는 흔하다. 냇가 같이 지슨 밭에 /* 냇가 같이 물기 진 밭에 - 광주 MBC에서는 "묏"가 로 옮겼다.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페르낭 브로델 - (4) 일부 부유한 사람이 지나치게 잘먹는다고 해도 그것이 일반법칙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일상생활의 구조 상, 주경철 옮김, 까치 제1장 수數의 무게 중국에서든 유럽에서든 18세기와 함께 무너진 것은 생물학적 앙시앵레짐이었다. 그것은 이때까지의 규준이었던 속박, 장애물, 구조, 비율, 수치의 관계 등의 총체였다. (85쪽) 출생률과 사망률의 두 계수는 약 40퍼밀로서 서로 비슷한 수준에 있었다. 출생이 가져온 것을 죽음이 가져갔다. (85쪽) ... 1637년 베로나에서는 페스트 때문에 인구의 반이 사망한 뒤에 병마를 피해갔던, 대부분 프랑스 인이었던 주둔군 수비병들과 과부들이 결혼하여 인구가 다시 회복되는 길을 되찾았다. ...이것이 (30년) 전쟁의 참화 때문에 절반 또는 1/4 정도가 파괴된 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보상현상이다. (86쪽) 일..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페르낭 브로델 - (3) 인간에게 호의적이든 아니든 달력은 인간의 지배자이다.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1 일상생활의 구조 상, 주경철 옮김, 까치 제1장 수數의 무게 (지리적 콩종크튀르의 동시성의) 원인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해답은 하나 밖에 없다. 기후의 변화가 그것이다. (50쪽)...그런데 15-18세기 동안의 세계는 80-90 퍼센트의 사람들이 땅으로부터 얻어내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농업사회였다. 수확의 리듬, 품질, 그 부족함 등은 모든 물질 생활을 좌우했다. 그 결과는 나무테에든 인간의 육신에든 깊은 상처처럼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51쪽)...(중국에서의 17세기 중반의 자연재해로 중국 내지에서의 농민 반란이) 이 모든 것이 물질생활의 변동에 어떤 보충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며, '아마도' 그 동시성을 설명해줄지 모른다. 이와 같은 세계의 물..